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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이 톰을 만나다.[Thom's self-interview] 3편

우호1998-09-28 04:58조회 0
(2부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나를 두렵게 하는건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일종의 포장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간다는거
야. 일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안의 스테레오로 듣는 식으로 말이지. 그건 내가 음악을 시작한
이유가 아니니까.. 그래. 난 이딴 개소리는 집어 치워야 겠지? 어ㅉ든 그게 바로 팝음악이란 거고
팝음악의 의미란 그 이상은 될 수 없을테니까 말야.

하지만 내가 음악에 빠졌을 때 난 순진하게도 팝음악이야말로 유일하게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
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예술형태라고 생각했거든. 왜냐하면 이제 예술이란건 정말이지 지나칠
정도로,, 음... 그래.. 특권을 부여받은 자들에 의해서만 겨우 영위되어가다가 결국엔 부패해서 황
폐화되고 마는 운명이 되었으니까. 그래서 난 팝음악 산업은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
도 병신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거더군... 브릿팝 어워드에 가서 보고 결국 그게 그거란걸 알았으
니까. 칵테일 드레스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여자들과 그리고 그런 장소에 있는걸 전혀 좋아하지
않을 그런 사람들이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어. 나역시 거기 있었고 우린 모두 똑같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어. 내가 좋아하는 예술가들이란 말야. 그런 식의 산업따위엔 절대로 관여하지 않는
사람들인데 말야, 내 자신이 그 한가운데 있었으니... 정말이지 거기 있는게 부끄러웠어.

톰 : 마치 넌 끊임없이 소멸해 가는 집단속에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군.

톰 :그래. 맞아.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군. 거리를 걸어가다가 차 창이나 쇼윈
도우의 유리창으로 힐끗 비치는 네 모습을 보게 되고 , 네 얼굴을 보면서 생각하는거 말야. "저게
누구지?" 무슨 말인지 알겠지. " 저건 내가 아니지. 저게 지금의 날 나타내는 모습일 리가 있나"
요즘 내가 발견해낸 문제란게 바로 그런거야. 꼭 너가 거울로 가득찬 방안에 갇혀있는 그런거 말
야.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을 총으로 쏴 깨 없애버릴 수 있을지 몰라도 사실 그건 의미없는 일이지.
이미 넌 그 방안에 갇혀있고 무엇보다 그렇게 만든건 네 자신이니까 말야.

진짜 더럽게 심각한 문제란건 바로 그딴 일에 대해 실제로 엄청나게 고민하는거야. 이렇게 말하
는거지 "아냐. 이건 내가 아니야. 저것도 내가 아니구." 그리고 현재의 너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
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지. 결국 사람들이란 늘 변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믿게 되었으
니까.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좋지않은 일은 말야. 다른 사람들이 그런식으로 행동해 주기를 기대
하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느끼게 되거나 생각자체도 아예 남들이 바라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믿게 되는거야. 그런 다음에 일어날 일은 결국 너의 정신이란게 헛되이 제자리 걸음
만 하게 된다는 거지.

저번에 정말로 무서운 일이 있었어. 스튜디오에서 죠니랑 얘기하기도 한건데.. 어느날 아침에
일어나서 그 전날 꾼 꿈인지 뭔지.. 어쨌든간에 내 마음이 덫에 걸린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엇
어. 마치 내 머릿속에서 똑같은 일이 계속해서 맴돌 듯 반복되는 것처럼... 내 머릿속에 딱 네다섯
개의 단어들만 떠오르는데 난 한 반시간동안 그 말들만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는거야. 그런데도
절대로 멈출 수가 없었지.
죠니도 똑같은 일을 겪었대. 걔가 투어끝나고 와이프랑 이스라엘 가서 일인데 목욕을 끝내고 나
와서 몸을 말리려고 수건을 집어 들었을 때 갑자기 놀라서 수건을 떨어 뜨렸대. 수건을 어디다
다시 놔야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래.. 놀 곳이 너무 많아서. 완전히 몸이 마비되어서 겁에 질
리기 시작했대. 생각이 자물쇠로 잠근 것처럼 계속 그 상태더래.
그런 식으로 나도 내 마음이 헛되이 맴돌기만 하는게 겁이나. 이러는 이유는 내가 끊임없이 내
가 어떤 모습으로 반영될까에 대해 생각하기 때문이고 그건 정말이지 신물나게 나쁜 일이야.
누군가 자신의 반영상(reflex)에 대해 신뢰감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이 있다면 이봐, 미안해.
난 이미 그걸 다 겪어봐서 어떤건지 알거든... 미친놈. 이딴 소리나 지껄이고 있다니, 참

톰 : 야. 아직도 정직해지지 못하겠냐? 너 하는 말은 딴 팝 밴드의 자아도취에 빠진 얼간이들이
하는 말이랑 하나도 다를게 없잖아. 인생에 대한 너의 그 뭐냐, 특이한 각도가 결국은 고뇌받는
예술가란 소린데, 사실 그딴건 이미 한물 간 얘기 아냐?
이제 슬슬 너도 통통 튀어볼 때가 된거 아냐?

톰 : 그래. 네 말이 맞아. 이젠 좀 즐거워져야지. 지금 난 우리가 하는 작업들이 정말로 좋아. 근
데 결국 그만큼, 그 작업에 임하는 시간의 절반정도는, 그 일들도 정말이지 진부하다는 생각을 하
게 돼. 결국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 생각은 해. 우리에게 남은 최상의 것이란 계속해서
꾸준히 음악을 하는 거고 나온 우리들의 결과물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는 신경쓰지 않
는거겠지. 우리가 The Bends를 녹음하던 처음 두세달 동안 우리를 가장 겁나게 했던건 사람들
이 어떻게 반응할까하는 생각이었어. 우리가 앞으로 무엇이 될지에 대해 생각만해도 온몸이 굳어
졌지.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것인지에 대한 생각으로도 마찬가지로 느꼈구.

주위의 관심에 무심할 수 있기란 정말이지 너무 어려운 일이야. 난 런던으로 달려가 이곳저곳
닥치는대로 파티에 돌아다니고 뭐 그런 시절을 겪어 봤는데 말야. 나 자신의 일부는 그런걸 정말
원하긴 했었어. 밖으로 나가서 내 내부 깊숙한 바닥인지 뭔지 하여튼 그런데서 솟아오르는 눈물
나게 반짝이는 햇빛에 그냥 푹 젖어있고 싶었었지... 근데 말야. 그런건.. 결국 진짜 나는 아닌거
야. 그것 뿐야.
난 찬사받는 거에도 익숙하지 못하지만 받겠어. 사람들이 그 찬사란 것에 대해 적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에서 도가 지나쳐서 사실은 조롱을 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할 ㄸ도 있지만.
The bends앨범에 지금 사람들이 앞다투어 몰려드는 사실에 대해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이유는 그
앨범이 정말 만들기 힘들었던 앨범이기 때문이야. 그 앨범은 어떤 시기에 대한 기록물이고 그 시
기는 정말 힘든 시기였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그 앨범을 진정으로 맘에 들어하는게 난 너무 가
슴 뿌듯해. 브릿어워드에서 누가 상탈까 그런건 정말이지 신경도 안 써. 결국 아무도 못 탈테니
까.

톰: 그 소리도 말야. 넌 아직까지도 필사적으로 투쟁할 상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들려.

톰 : 나 너한테 공격당할려고 여기 온거 아냐. 집어치고 꺼져. 알았어? (웃음)

톰 : 니가 왜 말이 많지 않은 인간인지 알겠다. 넌 사실 할 말도 없는거지? 톰?

톰 : 대충 그런 편이겠지.

톰 : 그럼 혼자서 술 마시다 취하는걸 즐기십니까? 톰씨?

톰 : 슬슬 본색을 드러내길 시작하는군. 뭐 좋아. 그래도 그속엔 뭐랄까 편하게 해 주는게 있으
니까. 네 자신이 자처해서 네 머릿속에서 나온 말로 열받게 한다..이런거 말야. 그래도 그 편이
훨씬 관대하게 느껴지니까.
이젠 내가 너한테 질문 몇 가지좀 하자. 너야말로 이제까지 끊임없이 나한테 시비를 걸어왔던
놈이야. 왜 항상 어디고 날 졸졸 쫓아다니는거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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