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헤드(Radiohead)의 다섯 번째 앨범 [Amnesiac]은 이미 [Kid A]가 발매되던 시점부터 회자됐던 앨범. 애초의 약속대로라면 이미 3월에 EP로 발매됐어야 했다. 그러나 [Amnesiac]은 온전한 Full-length 앨범으로 6월 4일 찾아 왔다. 이들은 많은 곡들이 아까워, 특히 'Knives Out'가 그러하여 앨범으로 발매할 것을 결정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90년대 최고의 밴드이자 2000년대 최대의 문제적 밴드 라디오헤드. EP가 정규 앨범으로 분한 것뿐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여전히 [Amnesiac]에 흥분한다. [Amnesiac]은 단지 [Kid A]의 귀속돼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만의 독립성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Radioheaders, 여전한가?
먼저 발매 열흘을 넘긴 현상황부터 점검해 보자. 국내에서(튜브 뮤직 차트를 기준으로 삼는다고 힐난하지 말길) 라디오헤드의 새 앨범은 일단 성공적인 듯하다. 적어도 라디오헤드의 국내 고정 팬들에게 [Amnesiac]은 놓칠 수 없는 앨범이다. 국외 음반으로서는 발매 2주 동안 가장 높은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것. 앨범 판매고에 있어서는 지난 해 10월경 [Kid A]가 2주동안 이뤄낸 것과 별단 다를 것이 없다. 이는 라디오헤드의 고정 팬들은 여전함을 의미한다. 역시 영국 팬들도 우리와 다를 것 없다. 공식 영국 차트를 제공하는 'Dotmusic.com'에는 [Amnesiac]이 거뜬히 차트 정상으로 핫샷 데뷔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지난 해 [Kid A]는 빌보드 차트 정상으로 핫샷 데뷔했다. 그러나 올해 [Amnesiac]은 차트 2위 핫샷 데뷔로 만족해야 한다(온라인 6월 14일, 오프라인 매거진 2001년 6월 23일자). 스테인드(Staind)의 [Break The Cycle]이 2주째 정상을 지키고 있는 것. [Amnesiac]은 [Break The Cycle]의 약 24만5천 장에 밑돌지만 약 23만1천 장이 판매됨으로써 큰 격차를 보이지 않는다. 라디오헤드의 팬들로서는 1위 핫샷 데뷔의 영광을 빼앗긴 손실감에 라디오헤드의 위상이 다소 위축된 것이 아닐까 우려할지 모른다. 그러나 순위와 무관하게 여전히 라디오헤드는 고정적인 아메리칸 팬들을 지니고 있다. [Kid A]가 발매 첫 주 약 20만7천 장 판매된 것보다 웃도는 판매고를 기록한 것. 라디오헤드는 여전하다. 더불어 정통의 음악지 롤링 스톤(Rolling Stone) 6월 29일자에는 라디오헤드가 커버를 장식하게 된다. 12년이 넘는 밴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새 앨범에 대한 평이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는 라디오헤더(Radioheader)들의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Amnesiac]에 C+의 짠 점수를 줬다. 롤링 스톤 역시 입장은 마찬가지인 듯. 그들은 이 앨범에 별 세 개 반을 주었다. [Kid A]에 온전한 별 네 개를 준 것에 비하면 더욱 짜다고 할 수 있다. 하기사 그들은 라디오헤드의 마스터피스로 불리는 [OK Computer]를 포함해 별 네 개 이상을 줘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외국 음악 관련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을 보면 적잖은 글에서 'boring'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게 된다. [Kid A]에 이은 속편과 같은 앨범에 팬들 역시 지루해 하는 것일까. 아무래도 라디오헤드는 또 다른 모습을 원하는 팬들 앞에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Amnesiac, 어디서부터 볼까?
물론 이 앨범은 라디오헤드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으로, 일련의 흐름상 데뷔작 [Pablo Honey]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여기에는 8년이 지난 지금도 라디오헤드와 절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Creep'이 담겨 있다. 젊은 청춘의 송가를 잊을 수 있을까. 우리는 라디오헤드가 그 우울하고 장엄했던 송가로부터 벗어나, 그리고 완연한 기타 밴드로부터 벗어난 것에 아쉽고 놀라면서 또 다시 'Creep'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그러나 'Creep'을 향한 진한 향수는 이미 [Kid A]에서 숱하게 얘기되지 않았던가. 이제 라디오헤드는 더 이상 'Creep'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최근 톰 요크(Thom Yorke)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더 이상 록 밴드로 존재하게 될지는 잘 모른다. 다만 다른 밴드와의 경쟁이 가끔은 부정적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Pablo Honey] 시절, 라디오헤드는 그저 그런 또 다른 브릿팝 밴드로 치부 돼도 상관없는 기타 밴드였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우리가 'Creep'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분명 남다른 패배자의 노래였고 우리는 그것을 사랑했다. 톰 요크 역시 "나는 아직 일렉트릭 기타와 드럼, 그리고 노래하는 것을 사랑한다. 내가 우리의 지난 모든 결과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라디오헤드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리는 만무하다.
[Kid A]가 발매된 이후 'Salon.com'의 평론가 앤드류 구드윈(Adrew Goodwin)은 "걱정할 것 없다. 라디오헤드는 그런지 사운드로, 매력으로 가득찬 록의 어법으로 다시 한번 우리를 놀라게 할 것이다. 또한 거기에는 마이크 앞에서 뽐내며 기타를 후려치는 '애닯은' 톰이 있을 것이고 그는 록의 구제자로서, 그 역할에 대한 고뇌에 열중하게 될 것이다"라고 향수에 젖은 라디오헤더들을 안심 시켰다. 이미 [Kid A]가 발매될 시점에 [Amnesiac]에 관한 이야기가 떠돌았으니 앤드류 구드윈이 의미하는 앨범 역시 여섯 번째 앨범일 것이다. 실제 최근 베이시스트 콜린 그린우드(Collin Greenwood) 역시 몇 달 전 'Wall Of Sound(현재 폐쇄된 상태)'와의 인터뷰에서 여섯 번째 앨범은 "기타 앨범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얘기해 봤다"며, [Kid A]와 [Amnesiac]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보다 노래에 중심을 둔 음악이 여섯 번째 앨범을 장식하게 될 것이라 넌지시 비추기도. 그러나 그의 말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인지는 의심스럽다. 확실한 것은 대부분의 우리는 라디오헤드에게 [Kid A]가 아닌 제 2의 [OK Computer]를 원했다는 것. [Kid A]가 일렉트로닉 성향의 앨범이 될 것이라 할 때도 아무도 그것이 지금의 [Kid A]와 같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다른 멤버들조차도 톰 요크와 프로듀서 니겔 갓리치(Nigel Godrich)를 내버려 둔 것 같은 인상을 풍길 정도다. 그래서 우리는 [Amnesic]에게 다시 한번 [OK Computer]를 기대하게 됐는지 모른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우리는 또 다시 헛다리를 짚었고 그 덕에 뒤통수 한대 크게 얻어맞는 격이 됐다.
모방인가? 모방을 낳은 것인가?
트래비스(Travis), 뮤즈(Muse), 콜드플레이(Coldplay)에 이르는 밴드들을 '포스트-라디오헤드'라 이름 붙이는 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자. 분명 라디오헤드는 수많은 추종자들을 낳았고 그들은 제 2의 라디오헤드가 되길 원한다. 그리고 그들 역시 [OK Computer]와 같은 변혁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것을 가장 안정적으로, 즉 평론가와 대중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극히 일부다. 그렇기에 U2의 보노(Bono)를 비롯해 R.E.M.의 마이클 스타이프(Michael Stipe), 심지어 콘(Korn)의 조나단 데이비스(Jonathan Davis)까지 이 앨범에 대해 입이 닳도록 칭찬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Kid A]는 어떠한가. [Kid A]에 대한 평론가들, 그리고 팬들의 반응은 지나칠 정도로 명확히 양분됐다. 혹자는 '비틀스(The Beatles) 이후 가장 모던한 아트 무브먼트의 창출'이라며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앨범에 비유했지만, 혹자는 '상상력을 자극할 뿐 실제 특별한 상상력을 지니지는 못한 앨범'이라 평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미 독일의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를 들먹이며 [Kid A] 역시 하나의 모방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 폄하하기도 했다. 그만큼 가장 기대했던 2000년대의 앨범 [Kid A]는 그것을 사이에 두고 평론가들이나 팬들이 X와 O 중 어느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지 한참동안 갈피를 못 잡게 했다. 아마도 둘 중 한 지역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포스트-Kid A'가 출현한 이후? 그러나 분명한 것은 [Kid A]가 록과 일렉트로닉을 단지 기술적인 번뜩임만이 아닌 따스한 포용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Kid A]가 대단한 도약적을 이뤄낸 혁신적인 앨범은 아니더라도 그것이 기타 밴드 라디오헤드로부터 진행됐다는 것은 충분히 '낯설게 하기'에 주효했다.
누군가의 계략인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Amnesiac]은 [The Bend]나 [OK Computer]에 유사한 사운드를 들려줄 것이라 알려졌다. 사실상 [The Bend]라는 회귀점은 다소 납득하기 어려웠으나 적어도 [OK Computer]의 정서만은 기대할 만했다. 그러나 애초에 그것은 무리다. [Amnesiac]의 곡들은 [Kid A]와 함께 녹음됐던 곡들로, 더블 앨범으로 발표될 수도 있었던 것을 단지 서로 다른 CD로 나눠 담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미 고통스럽게 거쳐야 했던 [OK Computer]와 [Kid A]의 간극은 [Amnesiac]이 [Ok Computer]와 먼 거리에 놓여있음을 친절히 알려주고도 남는다. 만약 [Amnesiac]이 낯익다면 그것은 [Kid A]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OK Computer]는 아니다. 물론 [OK Computer]에서 가장 급진적인(?) 요소만을 응축한 것이 [Kid A]일 수 있다. 그러나 몇 가지 중요 요소를 그대로 적용한 것과 그것을 새롭게 변형해 응축한 것은 현격한 차이를 지닌다. 새롭게 응축했다는 것은 전혀 다른 형질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가 [Kid A]에 놀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Amnesiac]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일단 [Amnesiac]은 라디오헤드 본의든 아니든 뒤통수를 한방 먹이는 데 성공했지만 [Kid A]와 쌍둥이 앨범이란 점에서 라디오헤더들에게 지극히 익숙한 것이다(물론 여전히 'Creep'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팬들을 제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톰 요크가 EP로 발표하려 했던 [Amnesiac]을 다섯 번째 정규 앨범으로 선택한 것은 이 두 앨범이 서로 다른 곳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서로 각각의 자리에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이지 무관계성에 놓였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Kid A]에 대한 충격이 한바탕 휩쓸고 간 마당에 [Amnesiac]은 [Kid A]를 위한 단지 하나의 과정일 뿐이며, 그렇기에 온전한 독립성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다. [Amnesiac]이 [Kid A]의 해설판, 혹은 부록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 이는 오히려 [Amnesiac]이 [Kid A]보다 접근 용이한 앨범이라는 뜻도 될 것이다. 이는 [Amnesiac] 이후 [Kid A]가 발매됐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만약 [Kid A]만이 우리에게 공개됐을 것이라면 사라져버렸을 이 곡들은 [Kid A]의 수록곡과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오프닝 트랙 'Packt Like Sardines In A Crushd Tin Box'은 타악의 질감을 주는 비트로 시작된다. 느리고 몽환적인 [Kid A]의 오프닝 트랙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에 비해 한결 일렉트로니컬한 사운드. 그리고 톰 요크의 보컬은 흐릿하던 안개를 걷어버리고 한결 자연스럽게 들린다.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나 'Kid A'를 연상시키는 우울한 트랙 'Pyramid Song'과 'You And Whose Army?'가 이 앨범에도 존재하지만 'Pyramid Song'이 어느 정도 [Kid A]의 보컬톤을 연상시킨다면 'You And Whose Army?'는 예전의 향취를 슬며시 느낄 수 있는 곡으로 한결 친숙하게 느껴진다. 톰 요크가 묻어두기 아까웠다는 'Knives Out'는 가장 파퓰러한(?) 곡으로 일렉트로닉 노이즈와 기타 팝이 함께 하는, 그리고 이전의 톰 요크 보컬을 가장 짙게 느낄 수 있는 트랙. [Amnesiac]이 [OK Computer]에 근접한 앨범이라면 그 유일한 증거물은 이 트랙 하나뿐일 것이다. 그러나 확실히 [Amnesiac]은 [Kid A]보다 기타와 드럼, 베이스가 여려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I Might Be Wrong', 'Dollars & Cents', 'Hunting Bears' 등이 그 예다. [Kid A]의 많은 트랙에서 컴퓨터에 손을 빼앗겼던 멤버들이 그나마 밴드로서 할 일을 되찾은 것.
그러나 한편 [Amnesiac]은 전작에 비해 더욱 뚜렷한 일렉트로니카 비트를 보여주기도 한다. [Kid A]가 비트보다는 앰비언트, 우주적인 사운드를 짙게 들려줬던 것과 달리 [Amnesiac]은 'Packt Like Sardines In A Crushd Tin Box', 'Pull / Pulk Revolving Doors', 'Like Spinning Plates'와 같은 트랙에서 한결 테크노, 혹은 댄스 비트를 들려준다. 특히 'Pull / Pulk Revolving Doors'는 [Kid A]와 가장 현격한 차별성을 보여주는 트랙이라 할 수 있다. [Kid A]가 일렉트로닉 스페이스 록 앨범이라든지 하는 수식어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Amnesiac]은 일렉트로니카에 가까운 트랙을 들려주고 있는 것. 이 앨범이 [OK Computer]에 근접한 팝 앨범이라는 소문을 떠돌게 한 데는 톰 요크의 애매모호한 말이 한몫을 했던 것 같은데, 그는 자신에게 혐의가 없다고 말한다. [Amnesiac]이 그 증거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란 것. 그는 단지 이 앨범이 반드시 급진적인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해명한다. 실제 이 앨범은 [Kid A]가 심어준 급진적인 인상보다는 현(現)일렉트로니카 씬과 흡사한 전경을 보여준다. 또한 록과 일렉트로닉의 결합 역시 [Kid A]에 비한다면 통상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Amnesiac] 역시 [Kid A]와 마찬가지로 록적인 입장보다는 일렉트로니카에 더욱 친숙해야 더욱 쉽게 귀에 다가오는 앨범이다. 6월 4일 라디오헤드는 핑크팝 페스티벌(PinkPop Festival)에 참여했는데, 이 페스티벌과 관련된 사이트는 라디오헤드를 소개하는 문구로 'Exciting In Experimental Pop'을 선택했다. 이제 라디오헤드는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록 밴드가 아니라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톰 요크 자신도 "단지 록 밴드로 존재한다는 것 때문에 정당성을 인정 받기는 어렵다. 나는, 음악이나 테크놀러지의 제약에 관한 것이 아닌 우리가 음악을 느끼는 방식의 변화에 관해 항상 자유를 생각한다. 랩탑츠(Laptops)는 내게 기타와 같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라디오헤드가 다음 앨범에서는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그들이 느끼는 자유 의지가 표현될 뿐일 것이다.
Writer : 조은미 jamogue@tubemusic.com
-_-;; 나도 이렇게 잘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세한 거는 http://www.tubemusic.com 이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