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을 좋아할수록 빠져들까봐 두렵다.
새롭게 어떤 것을 좋아하게 되면 CD를 사고 음악을 듣는것이
예전만큼 즐겁지 않다. (음악 자체는 여전히 좋지만)
그리고, 예전만큼 나는 음악을 즐기는것 같지는 않다.
그때는 알고있는 밴드도 많지 않았고, CD도 거의 사지 않았다.
지금은 CD가 많아지면서 그만큼 각 음반이 플레이 되는 시간도
줄어들었지만 CD가 많지 않아도 한 밴드의 음악을 맨날 들어도 그때는 행복 했었다. -물론 몇가지 CD만 듣는게 즐기는 방법은 아닐것이다.
자꾸 CD를 사고, 음악에 대해 생각하는 내가 또라이 같다.
마치 음악도 제대로 안듣고 이러쿵 저러쿵 말하고 다니는 사람처럼
RH의 디스코그라피를 다 모아가고 있는 나를 보면서 한심한 생각도 들었다.
과연, 내가 이런 열성(과 돈)을 들일만큼, 이들을 진지하게
좋아하고 있는건가.
난 분명히 이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더 천천히, 여유있게 즐길순 없을까.
이런 생각이 든건 평소에 쓸데없이 진지해 지려고 하는
나의 질환이 도진것이기도 하지만 나는 학생이고, 돈을 벌 능력도, 시간도
없기 때문에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중학교때 같이 음악을 들으며 어울린 친구가 있었다.
나보다는 좀 늦게 이런 음악에 경도한것 같았는데, 이친구는
좀 이름만 들었다 한 밴드의 CD는 무조건 사버리는 것이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라는 이유로, 빌보드 모던락 차트에 올랐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명반'이라는 이유로.. 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식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있는건데
-나랑 생각이 좀 다른것 뿐이었는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도 어이없고 의아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조금은 그 길을 가는것 같다.
뭐, '발전' 한다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이 시점에서 또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한 미디어의 범람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면 나의 오버진지병이 또 도진거겠지.. -.-;;)
그리 편하지 않다.
나는 좀 더 천천히, 빠져들고 싶다.
play me a song to set me free.
나를 음악에서 자유롭게 할 음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