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때 부터 나와 제일 친한 친구가 한명 있었다.
같은 학원을 다녔으며, 같은 아파트에 살았으며,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다.
당시의 녀석은 뭐하나 빠지는게 없었다.
공부, 운동, 외모, 집안.
항상 반장을 도맡아 했으며, 반에서 3등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었고,
키도 매우 컸으며, 합기도 유단자로써 체육 종목에도, 싸움에서도 지는 일이 드물 정도였다.
안경을 썼던 녀석은, 항상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옷은 항상 당시에 유행하던 브랜드 제품이었으며, 볼 때 마다 옷이 바뀌는 듯 했다.
나와 그 녀석은 정말 매우 친했지만, 나는 위의 이유로 그 친구에게 항상 <자격지심>을 갖고 있었다.
말 그대로 자격지심이다.
나는 그 친구가 이런 저런 주변 환경으로 나와 자신을 저울질 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자격지심이라는 응어리가 스스로 수치스럽고, 친구에게 미안한, 짐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그 친구의 생일 파티에 초대되었다.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 친구와 제일 친했으니까.
그 날은 토요일이었고, 나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일 선물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만원 내외에서 가장 훌륭한 선물을 생각해 보았다.
물론, 만원이라는 돈은 엄마에게 "친구 생일"이라고 말하며 받아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돈을 줄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뜻 밖의 사태에 당황한 나는 엄마에게 연락을 해보았지만, 허사였다.
그리고 집구석을 샅샅히 뒤지며 돈을 찾는데에 몰두했다.
생일 파티를 하기로 한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그 때 까지 찾은 돈은 50원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문방구에서 50원 짜리 엽서 한장을 사왔다.
그리고 거기에 나름대로의 성의와 유머를 한껏 담아서 정성스럽게 축하 메세지를 적었다.
한자 한자 가능한 성의있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그리고 나는 친구의 생일 파티에 예정대로 참석했고, 친구는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테이블에 모두들 둘러 앉았다.
녀석을 사모하는 다른 반 여자 아이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먼저 선물을 주자는 누군가의 제의로 하나둘씩 선물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나도 선물을 내밀었다. 50원 짜리 엽서 한장이다.
녀석이 받아든 엽서를 한번 보고는 나를 바라본다.
나는 그 시선에 나도 모르게 "집에 아무도 없어서 선물 살 돈이 없었다"라는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친구는 씨익 웃고는 "고맙다"라고 말하고, 그것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 엽서 위에 다른 친구들의 크고, 화려한 선물들이 얹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깔아 뭉개졌다.
그 친구가 본 것은 엽서에 적힌 글이 아니라, 엽서의 유치한 그림과 가벼움이었다.
그렇게 한껏 깔리고 나서, 친구의 어머니는 선물들 때문에 놀기 불편하겠다며,
그 선물들을 다른 방으로 옮기셨다.
그리고, 미처 발견하지 못하신건지... 내 선물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더욱더 얇아진 모습으로 그 자리에서 뒹굴고 있었다.
친구는 생일이라는 즐거운 자리이니 만큼 한껏 들떠있는 듯 했다.
여러 아이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나는 아니였다.
나는 내가 뭔가 착각하고 있는거겠지 싶어서, 그 친구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한참이나 바라보았지만...
나는 그 친구의 눈동자를 볼 수 없었다.
자리가 좁다는 이유로 서로 조금씩 당겨앉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나는 자리를 잃고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더 이상 그 친구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의 뒤통수만 보였을 뿐이다.
내 자신이 한없이 납작해진 기분이었다.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잔뜩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납작해진 엽서를 보았다.
나는 배가 아프다고 둘러대며 집으로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친구는 나를 걱정하는 듯 했지만, 붙잡지는 않았다.
"잘 가"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다른 친구들과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납작해질 때로 납작해졌고, 자격지심이라고 이름 붙인, 알 수 없는 나의 상처는 더욱 더 커졌다.
그 친구와 나는 그 일을 계기로 그렇게, 이렇게, 멀어졌다.
그렇게 유치찬란하게 끝나고 말았다.
자격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