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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이두연2004-02-07 01:34조회 538추천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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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애장판으로 보고 있는 만화.

현재 5권까지 본 상태이다.

일단 가장 먼저 느끼는 점은 환경에 관해서, 생태계에 관해서, 인간이라는 생명체에 관해서 조금의 의식

을 가지고 생각해 봤다면 한번쯤 느껴봤을만한 점을 작품의 기반으로 삼고는 있지만, 그것을 토대로 이야기

를 풀고 작가의 생각을 정립하는 방식은 독특하고 정곡을 찌른다는 점이다.

*"사전에서 악마라는 단어를 찾아봤는데, 아무래도 그 단어에 가장 가까운 건 인간인 것 같아."

*"우리(기생수)는 지구에 넘쳐나는 독소인 인간을 감소시키는 중화제인거야."

*"너희 괴물들이 우리 인간을 잡아먹는 짓은 용납할 수 없어!"
  
"평생 사육되다가 나중엔 도살되는 돼지에게 인간은 일방적인 괴물일 뿐이야. 그렇다면 우리가 너희를 잡아먹는게 뭐가 잘못이지?"

물론 작가가 인간중심주의나 존엄한 존재로서의 인간상을 학습받지 못해 이러한 대화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인간 사회에 철저히 재생산되는 그러한 사고 방식을 뒤집어 버림으로써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는 듯하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인간은 환경을 지배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인간의 생명만큼

은 절대적인 존엄성을 가진다' 등등의 허울좋은 명분과 순전한 인간 기준의 피상적인 가치들을 한꺼풀 벗

겨내 버리는 것이다. 거기에 존재하는 인간은 존재가 아니다. 오직 생명을 지닌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

자의적으로 만든 가치의 방어벽을 뜯어내고 나약한 고깃덩어리의 인간을 보여줌으로써 그간 인간의 이름으

로 저질러온 오만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소설 '로봇'을 보면 로봇이 집단적으로 반란을 일으켜 살육울 저지르고 섬뜩한 한마디를 내뱉는다.

"우리는 인간을 보고 배웠습니다." 사람을 죽인 기계의 정신적인 아버지는 인간이었다.

물론 이 로봇의 이미지만으로 기생수를 설명하긴 힘들 것이다. 무자비한 인간의 천적이면서 인간의 조직과 행

동 패턴, 사회적 통념을 학습한다. 일면으로는 지구 환경의 구원자처럼 보이기도 하나, 일면으로는 인간보다

더 높은 지위에서 사회의 식민화를 구상하고, 잔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또다른 인간의 자화상이기도 하

다. 단지 종의 방어본능으로 적당한 선에서 인간과의 공존을 추구할지, 인간에게서 학습한 지식을 토대로 교

묘하게 인간들을 박멸해 버릴지 아직은 모를 일이나 정말 오랜만에 좋은 만화를 읽었다는 점은 확실한 것 같

다. 지뢰진, 몬스터, 프리스트, 간츠 이후로.

(P.S. : 결말은 말하지 마세요. 답글을 다실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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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모르는사람2004-02-19 07:14
몬스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