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갑자기 내 주변의 잡다한 것들에 대해 인지하게 되었다.
목적이나 결론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인지하게 되었다.
마치 동화 속 마지막을 장식하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허무한 거짓말처럼 끝없이 되새기게 된다.
덕분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온갖 이미지들이 (가족, 친구, 여자, 돈, 군대, 나, 그 외 다수) 머리 속을 메꾼다.
여러가지 선택이 떠오르고, 동시에 그에 따른 수십개의 가정이 뻗어나간다. 거칠게.
그리고, 지워지고, 그려지고, 지워진다.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지금의 이 두통은 익사 직전의 '그 것' 같다. (물론 그런 경험이 있다는 건 아니다.)
공간의 전부를 매꾼 물 속에서, 디딜 곳을 찾아 허우적 거리는, 그런 기분이다.
다급하지만 더디게 움직이는 그런.
그래도 다행인 것은, 결국엔 익사해서 심연 끝으로 가라앉듯이,
이 두통도 얼마 안가 조용히 가라앉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부디, 퉁퉁 불고 썩어 빠진 지독한 모습으로... 다시 떠오르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