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잉-위잉-
나는 멀미를 하고 있었다.
뒤로 달리는 거리가 어지러웠고, 머리가 더웠다.
위가 목구멍 쪽으로 몰래몰래 조금씩
기어올라오고 있는것만 같았다.
"내려."
귀가 번쩍! 아. 다행이다.
찬바람이 쓰윽- 콧속을 햝고 들어가자 머리가 시원해졌고,
위는 제자리를 쑤욱쑤욱 찾아가기 시작했다.
쉼호흡을 할 새도 없이 깜빡이는 파란불에 화닥닥 길을 가로질렀다.
아파트 입구를 지나 들어가면서 생각했다.
행위는 가능할만한 어떤 공간에서 없어도 만들어서 이루어지는구나.
큰 아파트 단지설계를 할 때
조그만 공간을 소홀히 생각하고 버려지게 만드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무언가를 하고 있다. 뜨끔-하고 반성을 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공간이어서 아름다운거 같기도 하다.
"놀이터에서 책보고 있을께. 빨리 나와야해."
놀이터에 몸을 비집 내밀었다.
아! 그네다!
그네에 앉을까? 벤치에 앉을까?
0.5초정도 고민을 하다가 신발속에 모래가 들어가는 상상과
벤치의 햇살을 보고는 망설이지 않고 벤치로 향했다.
수염할아버지가 칠이 다 벗겨져 잿빛 나무색을 드러내고 있는
벤치와 한 몸인양 앉아계신다.
가까이가서 훔쳐본 손이 꼭 나무껍질 같다고 생각했다.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책을 꺼내 읽었다.
햇살이 따뜻하고 바람은 간질거려 기분이 무척 좋았다.
하얀 속살의 책이 눈부셔 반쯤 뜨고 볼 수 밖에 없었지만,
그걸 즐겼다. 좋아 지금. 딱좋아.
이쯤이면 오래 기다려도 좋을꺼 같았다.
지금쯤 수염을 깎고 있겠지. 똥을 싸고 있을려나.
책속으로 책속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짝짝이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내 가리마를 중심으로 몸을 반을 갈라서 왼쪽은 데워지고 있었고, 오른쪽은 식어가고 있었다.
볼도 어깨도 엉덩이도 짝짝이.
뇌수술을 하는 부분을 침을 꿀꺽 삼기며 읽고 있는데,
탁!
갑자기 마취에서 깨어나버렸다.
"@#$%^&*&^^%$#@@@(()ㅛ%##@ㅃ^**ㄴㅆ쨰ㅕ%ㅉㅃ#)^&^#&"
맙소사! 속도도 빨랐고 크기도 컸고 굉장한 욕들이 쏟아져나온다.
(워우. 오오)
술집여자들한테 일수 받아챙기는 부부 vs
돈빌린 술집여자와 그여자가 애인인 자칭 형사라는 남자
끊임없이 이어지는 쇤소리의 욕들이 공중을 날라다닌다.
귀에 자꾸 박힌다. 가끔씩 육박전.
애써 책에 시선을 고정할려고 했지만, 이미 글렀다.
계속 똑같은 말들 똑같은 욕들.
이건 아까 멀미보다 더 심하다. 이런건 정신적인 멀미라고 해야하나.
뇌가 목구멍쪽으로 올라오는 느낌이다.
할아버지는 심심하셨었나. 계속 연신 싱글벙글 이시다.
(하긴 욕이 조금 재밌기도 하긴 했지만.)
가끔 껄껄 소리도 난다. 움직이지 않을것 같던 몸이 움직인다.
까끌까끌해 보이는 흰수염과 검은수염이
들썩들썩 거리는걸 곁눈으로 구경했다.
그렇게 나머지 기다림의 15분은 끝나버렸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뒷산 올라가는 독특한 오르막을 구경할때까지도
내귀에 박혔던 그 울림들이 쟁쟁거려
다시 멀미가 시작될것만 같았다.
창문이 많아서 창문여고라는 창문여고를 지날때쯤
귀는 정신을 차렸던것 같다.
근데, 어릴때 지겹도록 하던 멀미가 왜 갑자기 시작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