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Meditation2004-03-04 12:51조회 349추천 8
나는 기숙사 고등학교를 다녔다.
주말이 되면 집에 올 수 있었고, 그나마 3학년이 되자 일주일에 집에서 하룻밤을 자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학교는 생활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박히게 된 것 같다.
여름, 겨울 방학의 보충수업은 우리 학교의 선생님 몇 분과
다른 학교에서 초빙해 온 선생님 몇 분께서 가르치셨다.
"--고에서 왔고 ---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고, --공고에서 왔습니다."
"아, 이름 말 안해줬나? 이름 꼭 알아야 됩니까?"
이런저런 첫 멘트를 들으면서 우리는 우리 학교에 찾아오신 뉴페이스들을 기대에 차서 바라보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너무 익숙해져서 잠을 자기 일쑤였다.
여름엔 더워서...
에어컨 틀어주면 시원해서...
겨울엔 히터가 따뜻해서...
그런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먹고, 자고, 씻고 하는 우리들에게는 손님으로 여겨졌고
또 실제로 그 선생님들은 손님들이었다.
그리고, 영원할 것만 같던 고등학교 3년이 끝났다.
나는 재수를 하고 있고, 매일 새벽에 차를 타고 학원을 간다.
힘든 새벽 등교를 하며, 정말 그리워 미칠 것 같은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곤 한다.
우리가 학교의 주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 중 아무도 그곳에 남지 못했다.
기간의 문제일 뿐 우리가 주인 행세를 할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도, 손님이었다.
나는 이제서야 영원하지 않은 것을 영원한 것으로 여기고 행복해했던 날들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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