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약속을 잘 까먹는다.
메모를 해도 메모 자체를 까먹는 경우가 많다.
재작년에는 여자친구와의 약속에서
장소에 4시간이나 늦게 도착한 적이 있었다!
가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여자친구가 내심 기특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는 내가 여자친구를 4시간동안 기다려야했다.
나는 '약속'이란 자체를 아예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사람 마음, 특히 내 마음이란 것이 그걸 제대로 허락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선배, 내일 저랑 어디 가실래요?" 이렇게 상냥하게 부탁해오면,
"싫어"하고 일언지하에 뿌리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나중에'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됐다.
"나중에 먹자." "나중에 사줄께" "나중에 볼까?"
그럼 상대방은 내 사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뒤 쉽게 단념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