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수의 군만두에 파묻힌 삶도
TV의 포르노화라는 엄청난 업적을 일구어냈던 그런 삶도
이보다 더 지겹지는 않았으리라.
날마다 최적화되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나는 이 '자의 반'이라는 어구에 주목한다.
작금의 이런 무미건조한 나날들은 내가 만들어낸 부분이 적지 않다.
(사비유) 흡사 연료를 불어넣고 돌아가는 기계에 다름없다고 할는지.
부끄러운 일이지만 난 잠자는 일에서조차도 자유를 포기하고 기계가 된다.
그렇게 하면 다음날 맑은 정신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글을 잘 쓰고 싶었다.
무슨 글이든지. 시도 좋고, 끄적거리는 잡문이라도 좋다. 어설피 반쯤 쓰다 나중에 마치려고 던져둔 소설도 있다.
하지만 내가 처해있는 이런 상황과 이런 나약함, 그리고 나의 반역적 의지는 나를 중심에서 더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아 모르겠다.
진짜 내가 뭘 하고 싶어하는지, 내 나이 정도 되면 다 정해놓으라고들 하지.
나도 내가 다 계획해놓고, 그대로만 가면 되는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요새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아닌가보다.
헷갈린다. 그리고 무섭다.
나는 아직 덜 큰 탓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자주 하곤 한다.
이것은 작용 반작용의 법칙을 예외없이 따르는 바람에
그 상처는 곧장 나에게로 되돌아온다. 나의 HP는 또 한번 줄어든다. 가라앉는다.
그러려는 의도는 없었다. 단지 멀어져가는 것들을 다시 붙잡고자 그랬던 것인데
나는 너무 실수가 잦은가보다.
그리고 그것이 잦아지면 더이상 실수가 아닌게 되어버릴 터이다.
너무 미안하고, 후회스럽다. 이 기회에 모두에게 미안하다고 전하고 싶다. 제발.. 날 나쁜 놈으로 생각하지는 말기를. 단지 이런 나날이 너무 건조해서 그랬던 것 뿐이에요.
이해해 주세요.
포기해야 할 때는 철저히 포기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다.
하지만 난 그게 잘 되지 않아 문제다.
목구멍은 한땀한땀 젖어들어오고
조금만 쉬었다가려고 하면 '모의고사'라는 채찍이 날아들고.
근데 그 모의고사라는 게 왜그리 무서운지 모르겠다.
차라리 포기하고 책상 앞에 앉으면 이리저리 바뀌는 곡선주로들이 나를 혼란케 하고
내가 계획했던 것들은 모두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Goddamn EBS..)
내 몸도 관성이 상당히 커서
한 번 방향을 틀어볼까 하면 말을 잘 안듣는다. 온몸이 코너로 쏠리는 느낌이다.
권태다.
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나에게는 봄이 온 것 같지 않아ㅡ
어쩔 수 없다. 이미 떠난 이들을, 사랑하는 이를 부러워 해 봤자
결국엔 내가 선택한 일이고
후회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고
잠시 뿐일 테지만 그래도 소기의 1차적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조그만 쾌감이 날 찾아오리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리고 이런 일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일은 더욱 잘 안다. 수십만의 기계들이 내 어깨를 붙잡고 미소짓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기분 좋아진다. 일단 골인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다음 경기 전 까지는 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권태를 이겨내야 하고, 그리고 이기라고 응원하는 이들이 있을 줄 믿는다.
결국 막판에 웃으면서 그토록 나가고 싶었던 RH정기 모임('정모'란 단어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F. 군에게 물어보시기를.)에 나갈 수 있겠지..
그리고 당당히 설 수 있으리라.
저너머에 있는 것들을 훔쳐보며 오늘도 기계처럼 살아야 한다.
270여일 뒤, 난 거기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