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에서
암울한생물2004-04-25 10:12조회 478추천 6
밖에 나갔다가 집에 너무나도 들어가기 싫은 날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놀이터 벤치에 앉아있었다. 아이들 한 무리가 놀고 있는 곳은 시소 근처였고, 나는 그 반대쪽에 앉았다. 너무 소란스러웠다. 시각적으로 . 그때 어느 아기가 내 앞에 있는 미끄럼틀 근처에서 빙빙 돌며 놀고 있었다. 나를 자꾸 쳐다보길래 장난기가 발동하여,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기가 그 뜻을 알리가 없다. 오히려 나를 더 쳐다봤다. 미끄럼틀 주변을 빙빙 돌면서 곁눈질로 본다. 가운데 손가락은 나에 대해 겁 먹어달라는 말이었는데, 도리어, 더 집중을 하니, 은근히 약이 올랐고, 나중에는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내가 짜증스런 시간을 보내는 동안, 미끄럽틀 위로 올라가던 아기가, 땅에 떨어졌다. 그다지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모래 속에 파묻혔다. 문제는 녀석이 울면서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는 것이다. 엎드린 넘어진 자세로 울면서 내쪽을 쳐다봤다.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나는 같이 노려보면서 달려가지 않고 앉아있었다. 달려와서 일으켜달라는 눈빛처럼 보였고, 와서 일으켜주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겠다는 심보로 보였다. 나이도 어린 놈이 참 괘씸히 보였다.내 죄는 다만 네 앞에 앉아있었던 것 뿐. 하지만 아기는 계속 울어댔고, 어떤 지나가던 아줌마는, 애 있는 아줌마면서도 자비심이란, 인정이란 전혀 없었다. 어쩌면 귀머거리여자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일어선 건 그 여자가 아기를 그냥 지나쳐 내 옆을 지나갈 때였다. 고맙게도 그 여자가 아니었다면, 아기와 나는 오기로 서로를 쳐다보면서 서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신경전을 벌였을 것 같다. 결국 진쪽은 나였고, 참지 못 해 뛰어갔다. 예상대로 아이 손만 잡았는데도 자기 혼자 힘으로 벌떡 일어났다. 낯선 사람이 옷을 털어준다면, 나 같으면 정말 싫었을 것 같고, 내 기억에, 어렸을 때도 싫어했는데, 걔는 좋은지 가만히 있었다. 왜 넘어지고 난리냐. 혼자 나왔냐 . 야단치니, 꼬박꼬박 네,네 라고 대답까지 했다. 정말로 귀여운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순 엄살쟁이다. 귓속 모래도, 머릿 속 모래도 털어주고 나서, 입에 들어간 모래도 뱉어내라고 시킨 후 입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바이바이 하고 일어섰다. 가면서 뒤돌아보지 않았다. 또 쳐다보고 있을게 뻔했다. 또 엄살을 부릴 것이다. 나는 그 아기에게 넘어졌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혼자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고, 하지만 결국 내가 참지 못해 실패하였다. 어릴 때부터 그런 것에 길들여져 있어야 한다. 나는 자라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자랐던 것 같다. 그래서 더 그러한 훈련의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서 어린 엄살쟁이 아기들을 보면 늘 화가 나곤 했었다. 정말이지 조금도 귀엽지 않은 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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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amsterdam2004-04-25 11:36
와. 그런 아기, 저라면 끝까지 노려봤을것 같아요.
포르말린2004-04-25 12:02
너무 어려서부터 자립을 가르치는 건 좀 가혹하지 않나요?
나라면 달려가서 일으켜줬을텐데.
나라면 달려가서 일으켜줬을텐데.
★★★★☆2004-04-25 13:04
미운세살, 죽이고싶은 네살이래...그 애가 몇살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흠..
김세영2004-04-25 13:13
...저도 이상한애라고 생각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