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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A 매치

elec2004-05-19 16:00조회 368추천 14


그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예보가 기상청의 어처구니없는 예보실수로 드러남에 따라

체육대회는 무리없이 진행되었어요.

고등학교 마지막 체육대회.

세상에.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러버리다니.



제가 출전한 종목은 축구였습니다.

제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 뭐 최전방 공격수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저는 (으음) 크레스포씨나 인자기씨같은 타겟맨이었습니다. 골문에서 넘어오는 패스를 받아 끝내는 스타일이죠. (허허)

지금까지 출전한 모든 체육대회 축구경기에서 우승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우승해야겠다는 의무감과 다짐이 앞섰지만

첫 경기에 출전하였을 때 발놀림이 연습경기에서보다 훨씬 무거웠습니다. 막상 시합에 출전하고나서의 긴장감.. 때문이었겠지요.

그래도 어찌어찌 전반에 한 골을 넣었습니다. 비교적 약팀이라고 간주되었던 팀과 경기를 했기 때문에, 결승에는 무난히 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후반 끝나기 10분전에 동점골을 내주더니

5분후에 역전골까지 내주고 말았습니다. 아아.. 이때는 가슴이 철렁하고 말았어요.

조급함에 무리하게 시도한 공격은 몇차례 무위로 끝나고.


몇 분 더 흘러 이제 진짜 마지막 공격을 시도하였습니다.

왼쪽 사이드로 친구가 돌파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다가 수비 한명을 제친 뒤 골문 앞에 서 있던 저를 보고 패스를 날렸습니다.

멋진 슛은 아니었습니다. 네. 수비 두명이 저를 에워싸고 있었고. 골키퍼까지 달려나오던 상황이었죠. 어물어물하는 도중에 공이 옆으로 흘러나왔고, 저는 골문도 보지않고 무작정 슛을 때렸는데.. 그게 들어가더군요. 동점.

저는 그냥 저희편 골대로 달려가 바닥에 누워버렸습니다. 세레모니를 생각해 둔 게 있었는데,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아아. 고등학교때 수많은 경기를 뛰었지만 이토록 감동적이었던 적은 없었어요. 아마 마지막이라고 도와주신 것이겠지요.

승부차기에서 이겨서 저희 팀은 결승에 올라갔고, 결승에서도 이겨서 우승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기억에 남을 만한 대회였어요..



이제 모든게 끝이 났고, 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오늘까진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허우적댔지만, 오늘부터는, 홀가분해질때까진, 모든 것을 추억으로 갖고 간직만하려합니다.

이건 제가 체육대회에서 과분한 추억을 만들 수 있게 해준 모든 이들에 대한 의무.. 이젠 좀 사랑하며 살아야지요.

이 때를 생각하며 웃을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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