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글 보기

매듭

캐서린2004-05-28 08:12조회 351추천 12

몇 번이나 겹쳐 묶인 매듭을 가진 끈이 하나 있었다.
그건 두 남자와 여자 사이를 잇고 있었다.
남녀는 원래부터 신체의 일부분으로 끈을 달고 다녔지만,
끈의 길이가 워낙 길었던 때문에
지난 몇십년의 세월들을 아무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다.
헌데, 막 봄내음이 시작되던 어느 날에
둘을 잇던 끈은 제멋대로 휘감겨서,
결국엔 행동에 지장을 줄 정도로 엄청나게 꼬여버리고 말았다!

매듭은 아주 가까이 얼굴을 들이대야 보일 수 있을정도의 가는 실로 맺어져 있었다.
마치 일부러 '한번 풀어봐라!'
라는 심보로 만들어 놓은 듯, 견고하고 정교하게
꽉꽉 매어져 있던 그 매듭은, 분명히 얼마든지 풀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풀릴 것이긴 했다.
하지만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클 것 같았다.
매듭풀기시합의 우승자도 손을 가로저었다.
'백발이 될 때까지 저걸 붙들고 앉아 있으라구?"

두 남녀의 부모들은 3일 밤낮을 한 집에 모여서 궁리했다.
그리고 3일치 만큼 영락해졌다. 결국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내가 한번 풀어보지. 까짓꺼 금방이야"
남자의 아버지가 소매를 걷으면서 말했다.
다음날부터 그의 분투가 시작되었다.
그는 두남녀가 갇힌 자그마한 방 안에 앉아,
한 손에 돋보기를 든 채 매듭풀기에만 신경썼다.
나머지 부모들은 남녀와
남자의 아버지에게 계속해서 음식을 갖다주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무리야. 어떻게든 풀어보려했지만,
내가 한 일은 오히려 불행을 만들었군. 더 엉켜버렸으니."
그의 말대로, 두 남녀의 사이간격은 한지름이 안되었다.
매듭은 지저분한 먼지덩어리로 분해 천장에 대고 짓궂게 웃고있었다.
남자의 아버진 1년동안의 매듭씨름으로 쇠약해졌다.
"우리가 해보는건 어떨까. 셋이선 풀어낼 수 있을꺼야"
남자의 어머니와 여자의 부모가 서로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매듭 풀기를 시도했다.
남자의 어머니는 매듭의 지도를 만들었고,
여자의 아버지는 실을 매만졌으며,
여자의 어머니는 그들의 음식을 지었다.
시간은 흘러, 3년이 지났다.
셋은 영락해질대로 영락해졌다.
일을 하지 않아서 빚은 불어났고,
씻질 못해 방 주위엔 쾌쾌한 냄새와 오물이 넘쳐났다.
하지만 매듭덩어리를 여전했다.
동물적인 '암'이 떠올라서 셋은 자꾸 구역질을 했다.

4년을 참다 못한 두 남녀가 소리쳤다.
'차라리 매듭을 잘라주세요!'
'그냥 우리가 자를게요!'
그리고 그들은 때가 잔뜩 낀 서랍장에서 가위를 꺼내
그 거대한 암덩어리를 잘라냈다.
둘은 처음엔 일말의 주저함도 보이지 않았다.
몇달 동안은 서로 웃으며
끊긴 실 조각을 보이는 것으로 인사했다.
하지만 그 후부턴 점점 쇠약해졌다.
집 밖에 나갈 수 없을 정도로 몸져 눕게 됐다.
가을바람에 낙엽 하나가 최초로 떨어지던 어느날,
매듭 덩어리가 묻혀서 최초로 썩어가던 어느날,
두 남녀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3

chansu2004-05-28 12:03
헉 왜죽지? 진작좀 자르지
생강빵과자2004-05-29 05:56
흐음...
2004-05-29 13:25
그냥 매듭지어진채로 샴쌍둥이처럼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