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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상념들

Rayna2004-06-23 08:32조회 331

유독 불미스럽게 죽은 이들에게 (그들이 과거에 벌였던 행적들과는 상관없이) 관대하기만 한 사람들이라 그럴까.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을 향해 김선일씨의 이름을 팔아 피의 복수를 외치는가 하면, 3주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부 각료들을 탓하며 노통에게로 돌아오는 화살을 교묘히 은폐하는 가증스러운 자들도 있다. 아 물론.. 한 발치 물러나서는, 망자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며 '그저 애도할 뿐'인 고상한 분들도 계시는 것 같고.

아, 이번 사태가 대 이라크 파병안에 얼마만큼의 장애가 될 것인지, 앞으로의 손익은 어떻게 될 것인지 한창 주판알을 튕기고 있을 人도 있을게다. 아 다르고 어 다른게 사람 사는 일이다 보니 고인을 추모하는 방법도 각양각색인 모양이지.


하나의 완성된 글로써 지금 내 심정을 다 담아내기는 벅차다.
이 밖에 당장 떠오르는 대로 몇 가지 주욱 읊어보자면..


/ 여전히, 미국은 한국의 영원한 우방이기에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사람이 버젓이 존재한다.

/ 혹 그렇지 않더라도, 그간 전쟁이란 녀석이 초래했던 수많은 희생을 논하기 앞서 언제 떨어질지도 모르는 떡고물만 쳐다보기 바쁠 사람도 존재할 것이다. 하긴 국익이란게 원래 뜬구름보다도 더 허하기만 한, 정체 모를 녀석이 아니던가.

/ 그 뒷편에는 고인의 집에 세를 낸 척 하다가, 이제는 병원까지 쫓아가서 카메라 들이대기 바쁜 얼빠진 족속들도 있게 마련.

/ 미군은 김선일씨 사망 보도가 나간 직후 이를 빌미삼아 공습을 강행했다. 그 공습 소식이 국내에 들어와서는 '김선일씨 살해 무장단체 공습'이라는 내용으로 바뀌어 보도되고 있다.

/ 이번 사태를 두고 파병철회를 주장하는 분들께 저 '극성 테러분자들'이 벌인 행위을 용서해 주라는 거냐며 삿대질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 이는 이라크 = 극성 테러분자들 이라는 자의적인 도식을 합리화시키는 전형적인 경우에 속한다. 지금까지 주욱 있어왔던 반전여론, 파병철회 여론이 테러리스트들을 향한 연민과 동정에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할텐데.

/ 특전부대를 급파해 무고한 민간인들은 제외하고 '테러분자'들만 집중적으로 사살하자며 선동하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 그 분들께는 죄송한 얘기지만.. 실제 극한에 치달은 전투상황에서 군인이 피아를 식별하는 기준은 단지 '옷의 색깔' 뿐이었다는 연구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하긴 미군이 그렇게 자랑하던 정밀무기들이 언제 사람 가려가며 떨어지던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쟁에는 피아가 없다, 단지 명분 없는 살육만이 있을 뿐.

/ 의료봉사니 토목공사니 이런 것들은 자원봉사자분들을 포함한 민간인들, 하다 못해 민간 업체들이 가도 충분히 가능할 얘기들이다. 이라크의 재건과 평화를 외치면서 총칼을 든 군인들을 보내봐야 현지인들 입장에서 그들은 잠재적인 살인마들에 지나지 않는다.

/ 그럼에도 약속이니까, 노통이 그랬으니까, 어느어느 정당을 지지하니까 파병해야 한다는 분들께는.. 할 말 없다.

/ 돌이켜보면, 김선일씨의 죽음은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자본에 의한' 범국가적 타살인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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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Belle&Sebastian2004-06-23 16:28
끄덕.
김세영2004-06-24 12:46
맞아요.
St.summer2004-06-24 12:54
사실 이번 납치사건을 처음 접하고. 기회다. 라는 생각도 쬐금 했었는데..
이번 기회에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다." 라는 식으로 파병을 철회하면 개인주의적인 서구문화나..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미국의 분위기상
미국도 크게 압력을 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데도 "재확인"까지 한거 보면 정부에 콩고물이 떨어지긴 하나봐요.
luvrock2004-06-25 03:49
세계를 지배하는 거대 자본에 의한 ..범국가적 타살. 끄덕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