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독한 장마는 만취한 촌락의 썩은 간을 살찌운다
빛바랜 눈썹 위로 내리는 회한의 먼지들
쓰라리게 젖은 발등에는 오직 침묵의 곰팡이만
장마가 끝나자
아버지는 갑자기 장님이 되었고
부패한 그의 혀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흐른다
이제 슬슬
원수의 언어를 배워야 하지 않겠냐고
되묻는 그의 성기는 영원히 발기불능이다
누렇게 곪은 피 안에는
패배자의 역사가 감추어져 있다고
고백하는 그의 동공은 여태 도피중이다
마른 지렁이처럼 자신의 생을 체념하는 자들만이
생존의 권리를 부여받는 이 땅은
아직
꿈에 그리던 내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