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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피

독엽2004-07-18 12:50조회 327추천 21
유월의 독한 장마는 만취한 촌락의 썩은 간을 살찌운다
빛바랜 눈썹 위로 내리는 회한의 먼지들
쓰라리게 젖은 발등에는 오직 침묵의 곰팡이만

장마가 끝나자
아버지는 갑자기 장님이 되었고
부패한 그의 혀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흐른다
이제 슬슬
원수의 언어를 배워야 하지 않겠냐고
되묻는 그의 성기는 영원히 발기불능이다
누렇게 곪은 피 안에는
패배자의 역사가 감추어져 있다고
고백하는 그의 동공은 여태 도피중이다

마른 지렁이처럼 자신의 생을 체념하는 자들만이
생존의 권리를 부여받는 이 땅은
아직
꿈에 그리던 내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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