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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이 낮다니 ...

암울한생물2004-07-24 19:14조회 392추천 12


쿠조:1년은 365일이야 매일 좋은수는 없어

아오키:저주 받았나봐.새해 행운 빈 것도 소용 없었고

쿠조:그건 네 성격대로 되는거야

아오키:내가 그렇게 나쁘냐

쿠조:나보단 낫지

아오키:너보다 낫다니 레벨이 왜 그렇게 낮아

쿠조:넌 나보다는 철들었어

아오키:그건 레벨이 너무 낮다니깐

                                                                                     -우울한 청춘 中 -


누구나 한 명쯤은 가지고 있을만한 친구. 나 아니면 이 인간 구제해줄 사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할수밖에없는 그런 친구 말이다. 나에게도 있다. 딱 한명. 난 결단코 그 아이를 제외한 나의 모든 친구들은 나보다 늘 우월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들은 여러방면에서 혹은 단 한 가지 만으로도 나를 제압할 수 있으며, 내가 그들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더불어 존경심까지 불러일으킨다.

친구가 된다는 것부터 좋아한다는 기호가 포함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예를 중요시 하는 사람은 예의바른 친구를 동경하고 사귀고 싶어할 것이며, 공부를 좋아하는 사람은 공부 잘 하는 친구, 운동 좋아하는 사람은 운동 잘 하는 친구 ... 허나 이상케도 아무 이유없이 친구가 되는 사람도 있다... 있긴 있는 것이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투성이다. 가장 이성적으로 이해 안 되는 것이 장기간 쌓인 서로간의 친근한, 혹은 사랑어린 대화도 아닌 그냥 대화만으로 다져진 우정이다. 이런 우정이 사람을 제일 미치게 한다.... 내 경우도 이런 과정에서 친구를 사귀곤 한다. 정말로 좋아해서 사귀는 친구도 있다. 내가 중요시 여기는 (내가 갖지 못 해서 .. 부러워하는) 적극성이나, 취미가 뚜렷한 (그래서 나와 오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그런 특기를 가진 친구들 말이다. 그렇게 처음 좋아하면서 우정을 다지는 친구도 있고, 앞서 이야기한 '내가 왜 쟤랑 친한거지?'를 알 수 없는 아이도 있다. 그런 친구는 대체로 같이 지내다가 장점을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같이 지내다보다가도 장점을 발견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오늘은 그것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어제 친한 친구와 사주를 보러 갔다. 그 애는 나와 참 많이 닮았다. 취향이나 성격면에서...  같이 세상을 한탄하고 (아니 씹어대며 ... ) '우린 왜 이러고 살어? 란 말을 주고 받고, 너나 나나 형편 없기는 마찬가지다 라며 지내곤 한다.

그래도 나는 언젠가서부터  가지 이유로 그래도 나는 너 보다는 나아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그 애 집을 놀러다니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그애 집에 가게 되는 이유는 대체로 컴퓨터와 관련된 문제인데, 컴퓨터를 고쳐달라며 우울한 구조요청을 하기 때문이다. 포맷을 해주고, 운영체제를 새로 까는데, '운영체제 새로 까는 거는 시디 넣고 그냥 계속 '다음' 눌르면 돼' 라고 해도, 못하겟다는 데에 가서 도울 수 밖에 없다. 한 번은 라이터기를 샀는데,설치해달라고 해서, 본체 뚜껑을 열고, 몇 년 전에 라이터기달았던 기억을 되살려 꾸역꾸역 그 짓을 하고 있는 동안, 그 애는 새로산 라이터기 상자 안에 들어있던 스티로폼을 꺼내서 발에 슬리퍼처럼 걸쳐신고서는 질질 끌면서 거실을 빙빙 도는 것이다. 그 장면이 아마 최초의 우월감을 느낀 때가아닐까 싶다.그런 과정에서 나는 내가 그 애를 돌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보다 또릿또릿하지 못 하군 .. 하며 생각하게 된 동기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표면적인 대화로는 우리를 완전히 똑같이 여기며, 보통의 다른 사람을 우리 위의사람으로, 아 영리한 그들, 부지런한 그들, 발전적인 그들... 게으른 우리 ... 하면서 보냈지만, 내 마음속은,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이 상황을 빨리 졸업하겠지. 그러면 내가 얼른 너를 구원해주마.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나는 늘 도망을 꿈꾸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기는 싫었으니까 ...

그런 그 애와 사주까페에 가서 사주를 나란히 보았다. 사주쟁이 아줌마는 이상한 소리를 늘어놓았고, 그 애는 잠자코 들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여자는 말이 너무 빨랐고 이해가 안되었다. 그래서 몇번을 되물었다. "네??' "뭐라고요?" 아줌마는 몇번의 신경질을 냈고, 나는 풀이 죽어서 되묻는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도, 아줌마는 계속 이상하게 어려운 말들만 그리고 따라갈 수 없는 속도로 이야기했고, 나는 다시 옆에서 궁시렁 반 질문 반의 알아들을 수 없는 형태의 언어를 구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친구가 물었다. '저희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는 어떨까요? 성격이나 ... " 우리 둘다 인간관계와 사회성은 늘 최악으로... 그애는 이미 회사 취직은 포기한 상태고, 직장에 들어가는 대신 다른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며 지냈다 반면 나는 화이트 컬러의 꿈을 아주 약간 가진 상태면서도 그 밖의 외도도 생각하는 이도저도 아닌 상태다. 난 늘 남의 직업에 대해 물으면서 정작 내 할일에 대해서는 잘 대답 못 하곤 한다. 뭘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애는 덧붙여 물었다. 우리는 어떤 직장을 가져야하나? 아줌마의 대답는 친구를 바라본채로 나를 가르키며 말했다. '넌 얘보다는 나을거야"  친구는 피식 웃었고, 나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나보다 나아봤자 그애에게도 칭찬은 아니다. 나는 레벨이 낮으니까. 하지만 왠지 기분이 계속 이상했다.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 그리고 극심한 공포 ..  그러다가 아줌마가 떠나면서 아줌마가 내게 '너처럼 이상한거 다 물어보는 애는 처음이다, 남들은 한번 물어보면 다 이해하는데 왜 너는 그러냐'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난 그 말에 기가 죽어서 울어버렸다. 친구는 민망해 했고, 몇번 나를 달래더니 소용없는걸 알고는 우는 나를 두고 수첩을 꺼내서 다른 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계속 울어댔다. 나는 저 아줌마 이상한 여자다. 죄다 헛소리만 한다... 하고 아무 말도 믿지 않기로 다짐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내 뇌리에 유리처럼 박힌 말은 내성격이 그 애보다도 안 좋다는 말이었다. 그 친구보다 안 좋으면 레벨은 정말 낮은거다. 영화 속 대사처럼 ....

친구는 말했다. 너도 성격 나쁘고 나도 나쁜데, 니가 쬐금 더나쁘다는 말이야. 그때부터 나의 꿈. 어서 이 불안한 상황을 졸업해서 정착한 후에 재빨리 이 친구도 구원해야겠다는 소원이 무너졌다. 뭐랄까 이 친구가 마지막이다. 대학에 들어오고 만난 사람들. 고등학교 때 친구들 모두 나보다 철든 사람들이다. 내가 그 애를 대학와서 더 열심히 만나온 이유는 그 애도 나 못지 않게 철이 덜 들었다고 생각해서였다.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목표가 있는 사람들. 그들 중 방황하며 헤매는 것은 나뿐....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이 친구라고... 우린 빨리 이 상황을 이겨내야한다고 늘 생각해왔다. 졸업식은 했지만 나는 아직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 했다. 그때보다도 더 혼란스럽다. 나와 졸업식 축가를 함께 부르던 아이들 중 졸업 못 해 뭘 할지모르겠다며 방황하는 그 친구와 나. 누가 먼저 졸업하느냐. 그리고 조심스레 그 예감은 나 아닌 그 친구일거란 쪽으로 가고 있다.  여기서 내가 그 친구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역시 사랑할 이유없는 사람은 사랑하지 못 하는건가보다. 모르겠다 .... 아, 레벨이 낮다. 그 애보다 레벨이 낮다 .... 어리석은 나는 그 사실이 충격적이다. 내가 먼저 졸업하고 싶다. 마지막 졸업생이 되기 싫단 말이다. 레벨이 낮다니 ... 그 애보다도 레벨이 낮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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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Pyramid;Karma2004-07-25 00:22
레벨은 만들어나가는걸껍니다.
★★★★☆2004-07-25 01:52
그럴땐 "이봐요, 당신 점이 하나도 안맞아서 그래요." 라고 점쟁이한테 윽박지르기.
Meditation2004-07-25 05:30
'점쟁이'와 '마술사'는 자꾸 물어보는거 싫어해요.
밑천 드러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