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 꿈
캐서린2004-07-26 09:28조회 370추천 12
너무 졸려웠다.세상이 날 내버려두고 떠나가도 자고싶을 만큼 졸려웠다.
미처 꺼놓지 못한 알람이 소리를 질러대도, 그걸 손쓸 기력없이 졸려웠다.
인정사정없이 졸려웠다. 어제 뷰욕의 얼굴을 심층분석해서 뜯어보느라, 잠을 늦게 잔게 화근이었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일어나라 일어나라" 엄마의 외침이 최면술사의 레드선처럼 들릴정도였다.
나를 깨울 속셈으로 동생이 들어와서 내 방에 있는 티비를 켰고, 곧 100분토론이 재방송되었다.
엄마는 창문을 연 다음 머리를 내밀고서 이렇게 소리쳤다. '동네 사람들! 우리 아이가 아직도 잠을 자요!"
그러자 난 콱 짜증이 났다. 그리고 민망했다.
잠과 현실을 외줄타기하듯 위태롭게 경계를 넘다가
도저히 창피하고, 안되겠어서 이불을 부여잡고 이렇게 소리쳤다.
"나는 지금 무척 자고싶다!!"
근데 그게 꿈이었다.
우리엄마와 동생은 내가 늦잠잔다고 해서 깨울 위인들이 아니다.
가끔은 현실같은 꿈을 꾼다.
영화나 꽁트 소재에 많이 등장하는것들, 꿈속에 꿈이 있거나, 현실같은 꿈.
그런게 실제로 이루어지면 살짝살짝 놀랍다.
얼마나 자고 싶었으면 꿈에서도 자길 원할까.
오늘 병무청에 가는데, 지하철역에서 호모를 봤다.
계단 밑에 있는 기둥에서 어떤 청년이 날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이었다.
내가 한번 느긋하게 쳐다봐주자, 그는 당황했는지 (아니면 부끄러웠는지)
금방 얼큰해져서 기둥뒤로 몸을 숨겼다. 난 그사람이 들을정도로 크게 '피식'하고 웃었다.
그때 전철이 들어왔고, 그사람과 나는 다행스럽게도 다른칸에 타게됐다.
그런데, 이 호모가 내 쪽의 칸막이 쪽으로 오더니,
아까처럼 내가 쳐다봐주면 몸을 숨기는 놀이를 또다시 즐기는 것이었다.
며칠전에 읽었던 '남자로 오해하고 성추행한 사건'이 떠올라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에게 말걸지 말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며
그를 계속 쳐다봤다 말았다 해'주었는데'
그 남자는 내가 일부러 그러는걸 눈치챘는지,
이내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고 자기 칸으로 가버렸다.
그러고 나서 오히려 내가 민망해서 얼굴이 발개졌다.
근데 이건 꿈이 아니었다.
꿈같은 현실이다.
살다보면 가끔은 꿈같은 현실이 벌어질때가 있다.
현실같은 꿈, 꿈같은 현실.
경계가 모호한 상황속에서
이건 꿈이야, 이건 현실이야, 하고 그것의 정체를 알아버린다면,
어 얼마나 허탈한 일이 아닌가.
조금씩은 여유를 두고, 결론과 정체를 버릴 필요가 있다.
그게 도를 넘어버리면 정신병자가 완성되는것이겠지만,
그 때문에 발가벗고 역 안을 서성이게 되는 것이겠지만,
말 그대로 '조금씩'은 그런 마음가짐이 필요한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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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김세영2004-07-26 10:01
그렇네요.
암울한생물2004-07-26 11:39
네오가 되는 꿈 꿨는데 좋았어요.
Meditation2004-07-26 12:52
저도 네오 되는 꿈 꿨는데
스미스한테 계속 져서 짜증나서 깼어요.
스미스한테 계속 져서 짜증나서 깼어요.
나무2004-07-26 15:42
레드선 ㅋㅋ
★★★★☆2004-07-27 01:51
"나는 지금 무척 자고 싶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