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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캐서린2004-09-04 01:40조회 351추천 1


남자는 참 이상한 동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짝사랑하는 여자를
나의 마지막 사랑, 이라고
죽자사자 쫓아다녔었는데,
요즘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다른 여자를 좋아하고 있다.

짝사랑하던 여자의 얼굴을
볼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내 자신에게 체벌을 주었다.
그녀 근처엔 얼씬도 하지 않고,
어쩌다 만나게 되어도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기로 했다.
자꾸 긁어서 고름이 줄줄 흐르는
혹덩어리를 떼어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뭔가 허전하다.
붙어있어야 마땅한 자리에는
깨끗하게 아문 상처자국만 남아서,
옛날의 추억들을 상기시킨다.

어젯밤.
마른걸레로 거울을 닦고 있을 때,
무심코 나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짝사랑의 기억이 떠올랐다.
주먹으로 거울을 쾅 쳤지만,
거울은 깨지지 않았다.
얼얼해진 손을 부여잡고
눈을 감아 본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여자의 얼굴이 떠오른다.
과거는 마음 속에 곱게 접어두자.
중요한건 지금이니까.

그래도 마음이 아프다면,
내 영혼의 전부를 우주로 날려버리자.
블랙홀로 들어가서 산산조각 나버려라.
그리고 12월에 일본에 가서,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같이 바라보며,
그녀의 뺨을 어루만져줘야지.
블랙홀 안에서 정화된
내 영혼을 다시 빨아들일꺼야.

파리가 윙, 하고 날아다니다가
내 손등에 붙었다.
파리에게 속삭여볼까, 나의 짝사랑.
그리고 지금의 사랑은 크게 외쳐부르자.
파리의 귓속엔 나의 짝사랑이 들린채,
창문 밖으로 휭하니 날아간다.

나는 지금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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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2004-09-04 02:02
남자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그런것 같아요
눈큰아이별이2004-09-04 02:02
그래서 당신도 이상해
Meditation2004-09-04 04:40
저도 그런식으로 저를 벌준적이 있지요.
이끼2004-09-04 05:56
남자는 참 이상한 동물이다.
 =인간은 참 이상한 동물이다.
power채소2004-09-04 11:57
누구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