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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처럼 살아가기

캐서린2004-09-12 12:37조회 360추천 6


감기에 걸려서 하루종일 잠만 잤다.
그리고 어스름한 저녁 무렵
꿈에서 빠져나왔다.
몽롱한 머리 위로 뿌옇게 열기가 맴도는 가운데
나는 꽉 몸을 움크려서 나의 무릎께를 움켜쥔다.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새로운 정적을 만들고,
음정박자 무시한 자장가가 되어
내 귓속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응' 하고 소리내며 혼자서 고개를 끄덕였다.
책상 모서리 근처에서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고개를 올려 살펴보니 거기엔 아무것도 없다.
미미한 먼지만 조용히 표류해 다닐뿐이다.
창문은 여전히 자장가를 연주중이고.

머리가 심하게 아프다.
목도, 눈도, 팔도, 다리도, 가슴도.
차라리 뭉개져 사라졌으면 좋을만큼 저리고 시리다.
그리고 그 와중에 하품을 한다.
눈물이 찔끔, 뺨을 타고 하강하면서
나는 다시 바닥에 몸을 뉘였다.

또한번, '응' 하고 대답한다.
지구는 자전하고,
빗방울은 쏟아지고,
우리동네는 침수걱정이 없고,
나의 집은 하루종일 무미건조한 가운데,
미미한 먼지들만이 활발하게 방 안을 휘젓고 있다.
입을 크게 벌려서 청소기처럼 먼지 빨아들이는 시늉을 했다.
문득, 누군가의 마음도 이렇게
모두 빨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응'

하고 세번째이자 마지막 대답을
끝으로 나는 또다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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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2004-09-13 03:23
Meditation2004-09-13 10:26
응응
철천야차2004-09-13 10:35
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