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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 위험물

캐서린2004-09-16 09:11조회 323추천 17


건조한 하루를 보낸다.

현관문 틈새로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팡팡, 하고 올라온다.
그리고 곧 있으니 내려간다.
덕분에 내 머릿속에 담겨있던 꿈도 팡팡,
하는 소리를 내며 하늘 위로 치솟았다가 땅 밑으로 꺼진다.
잠깐동안 꿈과 함께 한 장거리 자이로드롭이다.
맨 꼭대기 층에서 바라 본 하늘은 계속해서 노르스름하게 얼굴을 그을리고 있었다.
나는 총총하게 걸음을 옮기는 구름과
어지러운 태양과 샛노랗게 쉬어버린 하늘을 긴장하며 바라봤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잠자코 있으면
앞으로 닥칠 일에 깜짝 놀라 죽어버릴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하강한다. 나는 꿈을 꽉 움켜쥐었다.
보드라운 털이 마주쳐오는 바람에 파르르 떨리면서 손목 끝을 간지럼 태운다.
빠르게 하강하는 중에서도 나는 눈을 크게 떠 앞에 것을 관찰하기 희망했다.
이름 모르는 새와 비행기와 우산과 점선으로 이어진 네모들.
자동차, 대머리, 안경, 신나 위험물, 드럼통―그리고 꿈은 지면을 뚫었다.
점점 느려진다. 땅 속에 묻혔다. 나는 꿈을 좀더 꼭 껴안았다.
이리저리 더듬어봐도 특정한 형태를 상상할 수 없다.
부드럽다가도 끈적끈적하고 날카롭다가도 뭉툭하다.
유일하게 한결같은 것은, 꿈과 함께 있을 때는
오렌지처럼 달콤하고 상쾌한 향내가 코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게 좋았다. 그냥, 본능적으로 좋았다.
그래서 땅 속에서 영원히 꿈과 함께 하길 바랬다.
따스함이 거미줄처럼 엉켜오는 가운데 나는 꿈 안으로 손을 담갔다.
곧 몸 전체가 꿈 안에 있었다.
그러자 경계는 사라져서 내가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이 곳으로 들어왔는지 모르게 되어 버렸다.
바다다. 레몬색이 찬란한 바다.
하늘거리는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넘기며 그런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또 다시 위에서 아래로.
아래로, 아래로 하염없이 하강한다.
몸을 한껏 구부려서 침전을 만끽한다.    

눈을 다시 떠보면 이것은 그저 '꿈'일뿐이다.
꿈의 바다는 침전을 거듭한 끝에
침대 위로 착지하면서 아쉬운 마무리를 짓는다.
그리고 또다시 건조한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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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나무2004-09-16 13:53
나도 그거 좋아요 . 오렌지같은 꿈 냄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