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감동적인 글이다.
르저1999-05-11 06:06조회 0
충분히 왜곡되거나 무시될 수 있었을, 그런 기호들을 다 읽어낸 현실님같은 팬이 있어서 라디오헤드는 계속 그런 몸짓을 하는게 아닐까 싶군요.
보진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유하게 해줘서 고마워요.
현실 wrote:
>착륙.
>
>낮은 소실점으로 긴 노선을 유장하게 따라가는 시선.
>
>그리고 저편 공항에서 서서히 나타나는 다섯명의 실루엣.
>
>설레임으로 흥분되었다. 근사한 라이브들, 신곡들에 대한 기대, 그리고 더 가까이서 만나는 듯한 라디오헤드 때문에.
>
>하지만 모든것은 얼마안가 가차없이 깨져버린다.
>
> 어떠한 포장도 거치지 않고 공개 되었다. 정말 그들의 행동거지 자체 였던 것이다. 기계적인 투어 스케줄, 몇번이나 뜨고 내리는 비행기, 거기에 짐짝처럼 박힌 멤버들. 자의식은 말살당해 가고, 모든것은 정해진 것에 따라 흘러간다. 의미떠난 말의 반복, 인터뷰,인터뷰,인터뷰. 의미떠난 형상들의 반복들, 플레쉬,플레쉬,플레쉬...무자비하게 도마위에 올려져 산체로 난자 당하고 미쳐가고 끌려다니는 개인들에 대한 덤덤한 서술이 바로 meeting people is easy의 실체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이에 애정어리게 걱정해줄 팬들의 마음을 허락한것도 아니었다. 그것마져 깨부셔버렸다. 천편일률적으로 환호하는 관객을 시종일관 우스꽝스럽게 잡으며 쉴세없이 조소를 퍼부어 대었다. 모든것은 정제당한 환상에 대한 환호일뿐, 진심어린 고백들도 정서 거세당한 활자화되어 나가면 호기심과 수집욕에 낯설고 신기한 대상으로 해석당한이다. 그들은 무었에 열광하는걸까, 우리는 무엇에 열광하는 걸까.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그래, 당신네들은 무엇에 열광하는거지? 이렇게 박제당하는 우리들에게?'...순전한 오고감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것은 단절되고 왜곡되고 포장될 뿐이니까.
>
>이젠 슬슬 지겨워 지려고 한다. 그 당연한, 단절의 기작을 그들은 왜 쉬지않고 줄창 들추어 내는 걸까. 조소의 폭주, 몸에서 잘려나가 뒹굴면서도 아가미 호흡을 계속하는 생선 머리의 형상을 하곤 자기 파괴적인 이죽거림을 끊임없이 반복하지만 그들에게 있어서의 조소는 언제나 처럼, 철저히 수단일 뿐이다. 그 쉴세없는 내치기 속에서 죽었다 깨어도 변하지 않을 표정을 한 무언가가 여전히 있었던 것이다.
>스크린 한가운데서 멍하니 응시하는 눈빛. 아무곳에도 촛점을 맞추고 있지 않았기에 보는이의 머릿속 정가운데에 꽂혀오는 시선. 그건 바램이다. 끈임없이 말을 걸고픈 바램. 뒤틀어 꼬고 난리를 치지만 그래도 여전한, 단절에 대한 비감.
>조소들보다도 괴로웠던게 바로 그 이율배반적인 시선이었다. 몇번이고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었고, 박차고 나가버리고 싶은 맘을 충동질한 그 시선...
>
>왜그래. 보지마.
>보기 싫단말이야.
>그래, 당신네들은 당신네들이고 우리는 우리들인거야.
>당신네들은 만들고 불러주면 되는 거고 우리는 사서 들어주고 열광하면 그만인거야.
>그건 당신네들이 더 잘 알잖아? 시종일관 여기서 보여주는 것도 그거고 말이야.
>그런데...
>왜 떨치지 못하는 거지?
>오히려 더 그러쥐고는 왜 그런 시선으로 자꾸 더 목말라 하는거지?
>이젠 포기할때도 되지않았어? 당신네들만 그런것도 아니잖아.
>생각해봐. 굳이 포기해야한다는 외따른 절차부터가 우스운, 너무나 당연한 정석이 아니냔 말이야.
>당신네들이 바라는걸 알고있어.
>하지만 몰라.
>왜냐하면 그건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한. 거니까.
>그러니까 더이상 그런 눈으로 보지마.
>도대체 언제 철이 들꺼야?
>젠장할...
>천치들 같으니라고...
>
>
>그렇게 끝까지, 지긋지긋하게, meeting people is easy속에서 관객은 스크린에 응시 당해야 했다.
>
>
>모든걸 우울하게 만들어 버렸다. 이건 예전에 라디오헤드의 세계에 자주 써먹던 청명하고 나른하게 기분좋은 우울함이 더이상 아니었다. 어쩌면 이게 진정 그들이 바라는 바일지도 모르지, 미치기 직전으로 가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지 진.짜.를 보게 만들려 했던 그들이니까.
>
>
>'...우리는 음악을 통한 탈출을 꾀하는게 아닙니다.
> 우리가 원하는건 꿈을 통한 탈출dreamscape이죠...'
>
>...젠장할...
>
>뭐가 dreamscape냔 말이다...
>
>저 한몸 편해질 진짜 냉소도 터득하지 못한 주제에...
>
>
>
>
>*나우누리의 기획자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아니었음 lunanium님, 정아님, sunshine님과 함께한 그날의 아기자기한 벙개도 존재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 해석의 수고에도 누차 감사. 덕분에 제대로 볼수 있었습니다.
>
>*필름창고라는 공간을 새로 알게 된것도 좋았고요.
>오직, 끝나기 10분전부터 뒤에서 신~나게 떠든 몇몇분들만 조금 아쉽더군요.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