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매니아
캐서린2005-04-19 13:16조회 384추천 1
내 선배는 레고매니아다.
7-12세용 레고시리즈가 많다.
부천에 있는 그의 집에 찾아갔을 때 그는 나에게 해적선을 내밀었다.
해적선은 손바닥보다 좀 길고 넓었다.
나는 놀란척 했다.
"우와, 이게 그렇게 난리나는 거라면서요?"
"그렇다니까, 난리나"
말을 꺼내면서도 정작 뭐가 난리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선배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책상 위에 얹혀있는 항구세트를 가리켰다.
나는 무릎을 꿇은 채로
정교하게 만든것처럼 보이는 항구도시의 대포를 쏴보았다.
길다란 총알이 작게 포물선을 그리며 방바닥에 떨어졌다.
"우와!"
올해로 22살이었다, 나는.
26살이 되었다, 선배는.
파이날 판타지 파이브의 마왕을 죽이고 나서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15000원에 안주 왕세트를 먹었다.
여러가지 안주 중에서 탕수육이 제일 빨리 없어졌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웃음으로 분수처럼 퍼뜨린 뒤에
우리는 술이 배꼽 정도까지 취해서 밖으로 나갔다.
전단지가 포장도로 위에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나는 그걸 주워다가 종이비행기를 접었다.
선배는 제비비행기를 접었다. 참으로 고된 작업이었다.
지하도로 내려가는 계단 위에서 비행기를 날렸다.
비행기는 둘다 아랫구멍까지 부드럽게 날아갔다.
내 비행기는 그대로 쳐박혔고
제비는 옆으로 꺽여서 시야에 보이지 않았다.
"우와! 봤어?"
선배가 내 어깨를 치며 놀란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도 놀란 척 했다. 아니 정말 놀란 것인지도 몰랐다.
선배는 아래로 뛰어 내려가 비행기를 추적했다.
나도 따라서 내려갔다.
비행기는 부랑자의 돈바구니위에 올려져 있었다.
온전하게 그곳으로 착륙한건지
아저씨가 주어다 옮겼는지 알 수 없었다.
선배는 그쪽으로 착륙한 거라고 믿는 모양이었다.
"나이스!"
"이야! 어떻게 저기에 딱 떨어지냐?"
자고 있는 건지 아니면 코를 파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부랑자 아저씨의 고개는 푹 꺽여져 있었다.
나는 착륙한 비행기를
주머니에 들어있던 50원짜리 동전과 교환했다.
22살과 26살의 여행치곤 어린애처럼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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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D2005-04-19 14:27
..좋은걸요 뭐-
흐흐흐흐...
흐흐흐흐...
녀찬2005-04-19 15:05
우와~ 너무 좋다~ 단편영화 한편을 보는듯 한 이느낌.... 너무 좋다!!!!!!!!!
주뇌2005-04-20 00:56
캐서린이란 아이디만 보면 마사루가 생각나서 자꾸 웃음이 나네요 (죄송)
Meditation2005-04-22 06:27
주뇌 // 저도 항상 ;; 읽을때도 캬샤링이라고 읽는다는 -_-;;
imaginist2005-04-23 13:20
재밌게 읽었어요 :D
결혼하고 애 낳으면 물려준다고
끝까지 사수했던 기억이...
그런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 가물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