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의 시간
캐서린2005-04-28 13:34조회 456
나는 청계천을 거닐다가 의문의 아저씨 ???씨에게서
역시 의문의 식물 XXX의 종자를 샀다. 종자는 복숭아만큼 커서
후에 나올 식물의 크기를 생각해 어느 월드컵 운동장 한복판에 몰래 심었는데,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도 그곳에 아무 소식이 없는 것이었다.
이상타 생각했다.
선수로 위장해 드리블 중에 물도 줘보고
값비싼 영양분 드링크제를 주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라지 않았다.
점점 ???씨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이런 계좌수표.
청계천을 돌아다니며 ???씨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이름이 물음표물음표물음표인 사람을 아세요? 모두들 고개를 젓는다.
정성이 부족한가 해서 가판대에 물건도 사보고 안마도 했지만
모두들 말없이 머리로 모른다고만 했다.
끈임없는 잠복수사로 단서를 하나 얻었다.
XXX의 종자는 사실 ???의 분비물이라는 것.
결국 나는 똥에다가 물을 주고 영양제를 주고 잘자라라고 노래도 불러주었던 것이다.
사실 어떤 열매가 맺게 되리라는 짐작은 하덜도 않았다.
단지 새싹이 돋고 크게 자라면, 얻는 것이 없어도 얻는 듯한 느낌이 들거라 생각했었다.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 삶에 하나의 희망이 꽃피길 기대했었는데,
???의 똥이 산통을 깨놓았다.
나는 화가 나서 운동장의 가운데 흙을 덜어내기로 결심했다.
지구의 끝이 보일 때까지, 반대편 땅으로 도달할때까지.
인공잔디를 덜어내고 쉴새없이 팠다.
파고파고파고 또 팠다. 내 골반 정도가 지면에 닿을 무렵
아래 뭔가 걸리는게 있었다.
그것은 커다란 엉덩이 하나였다.
회색의 츄리닝 팬츠가 아직 땅에 묻힌 허벅지의 하반부에 걸려있는,
약간의 솜털이 가미된 잘생긴 엉덩이 하나.
나는 영화에서처럼 대단한 걸 발견했다는듯이
조심스럽게 엉덩이에 묻은 흙을 후후 불어 털어냈다.
먼지가 사방에서 일었다.
자세히 보니, 회색의 츄리닝으로 보았던 것은
커다란 하나의 뿌리였다. 엉덩이는 두갈래의 두꺼운 잎을 가진 꽃이었고.
나는 신기해서 그 두 잎을 어루만지거나 찰싹찰싹 쳤다.
그러자 잎 사이로 꾸물꾸물 뭔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깊고 거대한, 지구의 종말을 알리는 소리였다. 나는 긴장했다.
식은 땀이 턱으로 몰릴때마다 소리가 점점 커졌다.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내 주위의 지면이 흔들리는게 눈에 보일 정도가 되자,
나는 왜 여지껏 운동장을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거의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앞으로의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다.
꽃이 타는 냄새를 내면서 시동거는 소리를 울렸다.
그리고 전부터 상상했던대로
세계에서 제일 강한 핵무기 방귀를 격렬하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냄새와 힘에 이끌려 하늘 위로 솟구쳤다.
솟구칠 때 잠깐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넓고 멀리서 오렌지 색이 찬란했다.
이 아름다운 세상은, 곧 방귀의 시간으로 뒤덮일 것이다.
모두는 사라지고, 냄새만 남겠지.
오늘은 카레를 먹을 걸 그랬어.
맛이 좋았을텐데.
그랬으면 좋았을텐데
나는 잠에서 깼다.
눈을 떴을 때 얼굴 주위가 온통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얼만큼의 악몽이었는지 짐작을 해볼 수 있다.
엉덩이꽃은 눈대중으로 약 가로 3미터 세로 1미터정도였다.
그게 10송이 정도만 있었어도 세계정복은 시간문제였을것이다.
정말 청계천에 실제로 ???씨가 XXX의 종자를 팔려고 하면
절대로 사지 말고 ???씨를 잔뜩 꾸짖어주시길.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4개
다스베이더2005-04-28 13:44
만약 이성의 엉덩이라면...?
주뇌2005-04-29 00:53
꿈이 참 스펙타클 하네요 -_-
전 꿈꾸면 다 잊어버리는데....
전 꿈꾸면 다 잊어버리는데....
이랑2005-04-29 01:09
두 잎을 찰싹찰싹 ;;
몽상가2005-05-01 14:46
계속 그런 꿈 꾸시고 책으로 묶어 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