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캐서린2005-05-10 07:42조회 324
나는 왠지 앞날이 두렵다.
하루가 두렵다.
한시간이 두렵다.
1초가 두렵다.
하지만 1/60초는 두렵지 않다.
60/1초는 내가 두려워하기도 전에 지나가므로,
나는 그저 흘러가는 60/1을 멍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60/1의 동료,
60/2, 60/3도 지나간다.
나는 정신이 퍼뜩 든다.
그래서 나는 손톱을 물어뜯는다.
따따따따다 따따따따다 따따따따다
따발총처럼 손톱을 물어뜯고 있으면 시간은 느려진다.
시간은 내가 손톱을 물어뜯는 행위를 모스부호인 줄 알고 해독하려 한다.
나는 그게 재밌다. 손가락도 좋다고 웃는다.
평소엔 울지 않던 애완용 까마귀가
나의 손톱을 먹고 싶어서 까악까악 하고 운다.
까마귀는 시간을 모른다. 그래서 손톱을 먹고 싶다.
'너는 시간이 무섭지도 않니? 흥!'
내가, 사랑하는 애인처럼 토라져서 나머지 손톱을 물어 뜯고 앉아 있으면
까마귀는 내 팔에 날아와 보란듯이 크게 입을 벌려
까아아아아악. 하고 운다. 무섭다는 뜻일까. 나도 모른다.
울음이 쇠구슬마냥 무거워질 정도로 구슬퍼서
나는 내 먹다만 손톱을 까마귀에게 준다.
까마귀는 손톱을 부리로 찍어 먹는다. 씹지 않는다. 목구멍으로 넘긴다.
손톱을 먹는 까마귀를 보면서
손톱에 묻은 60/5초와 60/9초, 60/17초를 보았다.
무섭다고! 무섭다고!
부리에 사지가 찢긴 그들이 울부짖는다.
그들의 울음소리는 왠지 울음 같지 않다.
째깍,째깍, 뭔가를 재촉한다.
시간의 손톱을 먹은 까마귀는 얼마 후에 뇌출혈로 죽었다.
뇌출혈이라지만 머리 속을 볼 수 없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뇌출혈이라는 기분이 든다. 너는 뇌출혈.
나는 손톱을 먹는다.
나도 뇌출혈일까. 알 수 없다.
시간이 나를 좀먹지 아니하게 나는 내 목에 끈을 감는다.
1초가 나를 노려본다.
1시간이 나를 보고 희죽거린다.
하루가 나의 끈을 당긴다.
내가 죽을 때,
나는 내가 키웠던 까마귀였고,
내가 두려워한 시간이었다.
나는
따따따따다 따따따따다 따따따따다
까아아아악 까아아아악 까아아아악
째깍째깍째 깍째깍째깍 째깍째깍째
세번을 울고 죽었다.
앞날이 두려웠다.
손톱을 담을 수 있는 접시가 있었다면 좋았을껄.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7개
슬픈악마2005-05-10 13:54
난 왜 캐서린님이
여자같이 느껴지지? -_-;
여자같이 느껴지지? -_-;
secret2005-05-10 14:15
여자분 아니에여???
달려라 멀스2005-05-10 14:50
남자분일텐데요;
글과 상관없는 리플-_-;
따따따따따
글과 상관없는 리플-_-;
따따따따따
luvrock2005-05-11 01:02
여자분일듯.
닉이라는이름은없다2005-05-11 07:06
남자분이십니다;;;
만사마멘트가-.,-
만사마멘트가-.,-
암울한생물2005-05-11 11:02
린사마님께서 축복을 나눠주시고 계십니다.
뚫훓뚫훓뚫훓뚫훓
뚫훓뚫훓뚫훓뚫훓
옭ㅎ옭ㅎ옭ㅎ옭ㅎ옭ㅎ옭ㅎ옭ㅎ옭ㅎ옭ㅎ옭ㅎ 땋닿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