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계절이 좋았다.
하얗게 쌓인 공터에 누워
팔벌려뛰기하듯 사지를 접었다 폈다했던 계절이 좋았다.
나는 C형 유기체인가..?
그런데 C형 유기체가 뭐지? 나도 모르겠다.
아마 하얗게 쌓인 공터에 누워 팔벌려뛰기하는 물체의 이름인가보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언젠가 나는 트럼펫을 연주했었다.
소리가 나오는 관에 입을 대고 아아, 했었다.
입으로 부는 관에서 아아, 소리가 났다.
아아, 가 아니라
너는 C형 유기체야, 라는 소리가 들렸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랬다면 나는 눈 내리는 계절마다 팔벌려뛰기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정체성은 C형 유기체처럼 흘러간다.
옛기억의 트럼펫에게 일말의 희망을 품고 의지해야만 하는 나라는 존재의 현주소다.
흘러가서 흘러가서 흘러가서 어디에 다다를지 알 수 없는 유기체. 그저
흘러가서 흘러가서 흘러가서
마지막까지 '흘러가서'라는 이름으로 남는다면 나는,
어느 겨울 눈내려 하얗게 쌓인 공터에 누워
팔굽혀펴기를 하던 나에게로 돌아가,
'트럼펫 한번 불어볼래?'
라고 말하고서
또 다른 내가 트럼펫의 소리 나오는 쪽으로 다가가 아아하고 소리를 내면
입으로 부는 쪽에서
'차라리 죽어라'
라고 말하고 나머지 팔굽혀펴기를 대신해주고 싶다.
그래서 나는 눈 내리는 계절이 좋았다.
전 웬지 s형 유기체 일듯해여~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