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캐서린2005-07-06 17:01조회 429추천 6
참새가 날아왔다.
낯선 집안 환경에 멋쩍어하며 빙빙 돌다가 냉장고 뒤로 숨어버렸다.
나는 손전등으로 구석을 비춰보았다. 어느새 참새는 알을 낳았다.
알은 4개였다. 작아서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곧 깨질듯 연약해 보였다.
와중에, 파리가 왔다.
모든 것이 익숙하고 익숙해서, 파리는 기뻐서 내 얼굴 주위를 맴돌았다.
토성의 띠처럼 되어버릴지도 몰라, 라고 생각해서 나는 손을 휘둘렀다.
마침 파리는 그런 손 앞을 지나던 중이었으므로, 쉽게 떨어져 나갔다.
할아버지는 다리를 떨었다.
리드미컬하게, 는 아니지만 일정하게 여러 간격을 두고 다리를 움직였다.
나는 망고주스를 마시고 있다가 할아버지의 무릎을 보고선, 눈동자를 멈춰버렸다.
할아버지의 무릎이 내 눈동자에 가득 찼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무릎에 맞춰 눈밖으로 눈물이 밀렸다.
참새와 파리와 할아버지의 다리가,
나는 참새와 파리와 할아버지의 다리가,
참새와 파리와 할아버지의 다리가 나를,
4개의 알을 낳은 참새와 손에 맞아죽은 파리와
잠시나마 내 눈동자에 든 할아버지의 무릎이,
내 심장의 한켠을 크게 도려내서 아팠다.
피가 파도가 되어 머리 밖으로 흘렀다.
할아버지의 폐와 왼쪽 뇌에는,
아마도 참새와 파리가 있다.
나는 손전등으로 폐를 비추었고,
손을 휘둘러 뇌를 때렸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다리를 떨었다.
간혹, 가까운 곳에 죽음이 미소짓고 있으면,
나는, 따라 웃었다. 바보처럼 웃어서 입이 아팠다.
구석에 쳐박힌 고양이시체에 다가가 오줌을 갈기고,
잠자리의 네 날개를 몽땅 찢어 돌로 찧으면서 훤히 이빨을 드러냈다.
내 몸 속에는 할아버지가 있다.
파리와 참새가 들어있는 폐, 뇌를 가지고
고양이시체와 날개찢긴 잠자리를 들고 다리를 떠는 할아버지가.
그들의 모든 죽음과 미소가 하나가 되어 내 몸 언저리를 떠도는 느낌이 들어서,
게다가 그것은 아무리 입 속으로 손가락을 집어넣어도 쏠려나올것 같지도 않기에,
나는 그것을 나의 또다른 죽음이라 믿고 거울을 바라보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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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돌연변이2005-07-07 14:20
잘 읽었습니다.
철천야차2005-07-07 16:37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