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털려고 창밖으로 얼굴 내밀었는데 이상한 소리가 났다.
저 멀리 가로등 밑에서 키스하는 연인의 모습이 숨어 있었다.
나는 자세히 보기 위해 안경을 꺼냈다.
격렬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소극적인 자세는 아니었다, 고 생각한다.
다만 남성이 아닌 여성이 리드란 것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 광경이 보통보다 좀 더 신비로우면서도, 투박해보였다. 마치 두장씩 들어있는 만화카드에서 우연찮게 두장 모두 반짝이가 걸릴 때의 느낌과도 흡사했다.
'아!' 소리 치고 숨으려다가 말았다.
소릴 듣고 놀랐을 때의 표정과 얼른 수습하려는 몸짓들이, 이미 내 머릿속에서 꿈틀꿈틀 모양을 갖추기 시작해서, 막상 실행에 옮겨도 그닥 재밌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계속 키스나 해라, 라는 식으로 북북 빗자루의 먼지를 털어버리고 창문을 닫았다. 사실, 이미 충분히 구경을 끝낸 상태였다.
오늘밤은 너무해, 라고 조용히 속삭인다.
그러자 귀에서 뭐가 너무해, 라는 속삭임이 튀어나왔다.
초콜릿색이 되어버린 밤 속에 묻힌 연인들의 모습이
시기심과 질투, 복수, 는 아니더라도
작고 달콤한 애증이 되어 머릿 속을 어지러이 묽혀놓았다.
나는 쪽 소리가 날 때 까지 그 초콜릿을 몽땅 빨아먹어버렸다.
나의 연인은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전화로 나누는 키스는 가로등 밑에서의 키스보다 덜할까.
내가 질까보냐. 입술을 먹어버려야지.
갑자기
오르가즘을 느낄 때마다 애인을 산채로 잡아먹어버리는 내용의
'Trouble Everyday' 라는 영화가 떠오르는 오늘밤이다.
뭐 후회가 크게 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