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오전에 토익을 보고 친구들을 모아서 놀아보려 연락을 돌리다가, 알게 되었어요.
푸른새벽과 *속옷밴드*의 이름에 혹해 즉흥적으로 가기로 결정, 세시 반에 홍대 클럽오투 집합!(정작 본인은 4시 15분에 도착)
돈을 지불하고 티켓... 대신 손등에 도장을 받았습니다. 뭔가 공지사항이 붙어있길래 대충 훑어보니 투톤슈가 여기서 공연을 했었나보군.
여하튼 좀 기다리다가 5시 좀 못 돼서 입장- 뭔가 파스텔뮤직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러나 나름대로 좋아는 하는) 음악을 디제이가 틀고 있었어요. 디제이는 낯이 익어서 누군지 두시간 정도 고민하다가 알아냄. 그는 예전 데이먼&나오미 공연 때 같이 공연했었던 "불사조"라는 3인조 밴드의 기타보컬이었습니다! 뭔가 그때 되게 재밌었는데 쿡쿡 각설하고, 그는 초반에 LP를 1~2분마다 알아챌 수 없을 정도의 스킬을 동원해 바꿔돌리곤 하다가 공연이 길어지는 바람에 마지막엔 한 곡을 좍 틀고 5초 정도 멈췄다가 다음 곡 틀고 하는 식의 귀차니즘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금연"
...클럽인데 어째서!
-> "본 공연은 미성년자도 관람하는 공연이므로 흡연은 출입구 밖에서 해주시기 바랍니다."
...출입구 밖에는 미성년자가 없던가. 아무튼 올드피쉬라는, 혼자 이것저것 좋은 장비 많이 만지는 스타일의 사람과 함께(잘 몰라서 노코멘트) 공연이 시작, 푸른새벽으로 이어졌어요.
sorrow씨는 단. 한. 번. 도. 메인 조명(제일 밝은 원형의)을 받지 못했어요. 클럽 오투 잔인하셔라.
dawn씨는 기타 스트로크를 멋있게 시작해서는 가사를 까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그들은 2집 신곡만 부른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스무살과 자위도 했어요.
"스무살이랑 자위를 할 건데요, 어느 거 먼저 할까요? 자위 먼저 할까요?"
"......"
"아유 이상하게 듣지 마시고. 아 어떻게 하지, 자위- 할까요? 그냥 스무살 먼저 하죠, 스무살."
(스무살이 끝나고)
"네... 엄... 그럼, 자위 합시다."
뭐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이런 식의 멘트가.
그 다음에는 스노우드롭이라는 팀이 나왔습니다. 그들이 내려간 뒤에는 뭔가 엄청난 텀이 있어서 웅성웅성하는 분위기 속에서 친구와 잡담하고 있는데, 갑자기 수상한 외국인이 등장하더니 사람들이 우우오오와아아- 라며 다들 일어서서 앞으로 몰렸어요.
알고 보니 그들은 투톤슈.
아니 뭐지 이건.
알고 보니 전날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못 들어온 사람이 있어서 공연 일찍 끝내고, 오늘 계속하기로 했다나?
음 뭔가 미친 것 같더군요. 왜 그렇게 잘 하지;
하여간 난입한 투톤슈의 흥겨운 분위기와 무자비한 스피커 음량이 한시간 넘게 이어진 후 무대에 올라온
속옷밴드.
그들은 사운드체크에 대단한 성의를 보였습니다. 친구와 "분명히 저 사운드체크가 행위예술로서 공연의 전부고, 톤을 완벽하게 잡는 순간 인사하고 무대에서 내려갈 거야"라는 얘기를 할 정도로.
으아아. 하지만 그들은 멋있었어요. 예전에도(데이먼&나오미 때) 봤지만, 뭐랄까. 압도당했습니다. 모과이 공연을 보면 그런 기분일까나.
드러머는 손목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팔만 사용하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무척이나 힘들어하는 표정이었지만;;; 속옷밴드 비트 꽤 빠르고 오묘한데도 박자 안 나가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보컬(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유일하게 깁슨 레스폴을 쓰고 대부분의 멘트를 하시는 분)은 현재 공군에 있는 스캇(원두)군과 무지 닮았어요 긁적.
제일 멋있었습니다. - _-
그 뒤로는 미스티블루와 티어라이너가 이어졌고, 공연은 10시를 살짝 넘겨서 마무리.
때문에 원래는 공연 끝나고 보기로 했던 선배와의 약속이 훨훨 날아갔지만,
즉흥적으로 보러 간 공연의 수확이 꽤나 괜찮아서 만족스러운 일요일이었습니다.
본인은 공연장의 에너지를 느껴본 지 오래되어서;
충전 좀 해야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