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좋아
서2005-09-03 04:54조회 478
싸이라는걸 하려다가
프로필을 적으려다가
프로필을 생각하다가
나를 생각하다가
예전의 나를 생각하다가
얼마전의 나를 생각하다가
요즘의 나를 생각하다가
얼마후의 나를 생각하다가
얼마쯤 전에 아주 오래 후를 생각했던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 난 60이나 70정도의 나를 생각했었는데
참...
곱씹으니 느낌이 새롭더라구요
다시 나를 생각하다
난 참 여자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은거에요
예전보다 훨씬 더 말이죠...
참으로 치열하고 열심히 싸워댔던(눈만 뜨면 감기전까지 줄곧),
피해자라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눈을 감았지만
실은 가해자였던 그 때의 나는
정말 멋진 남자였던거죠 아니 남자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것 같아요
남자답게 보이기 위해 등교길도 멋지게(다른 사람 시선 의식하며)
농구도 땀 삐질삐질 흘리며
혹은 감수성 풍부한 로멘티스트인 척
창밖을 멍하니 보다 시선이 느껴지면 한 번 크게 한 숨 지어주고
그건 그때 내 주위에 여자들이 참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변명을 해도
알 사람은 다 아는거죠
그때의 나는 남자를 참 좋아했던 것이라는 것을
정확히 남자다운 것, 남자스러움
그런것들이 있다고 믿고 그런것이 '멋'이라고 생각하고
그런것들을 만들려고, 그런 나를 만들려고
수 많은 피해자들을 만들었던 거죠
그냥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남자로 살아가다가
아니, 남자답게 살아가려 애쓰다가...
'마초'라는 단어를 알게되고
'패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알게되고
'프로이드' 아저씨도 알게되고
'체게바라' 아저씨도 알게되고
교육학도 듣고(뭐 점수는 별로...)
심리학도 공부하고
사회학도 공부하고
'폭력없는 탄생'도 읽고
'그들만의 리그'도 보고
'델마와 루이스'도 보고
'터미네이터'도 보고
큰 누나가 아이를 가지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는 것을 보고
아이를 가진 누나를 돕고 아이를 낳은 누나늘 돕고
아이를 키우는 누나를 돕고
뭐 그러다보니까 이거 큰일난 거죠
정신 번쩍 차리고 나니까 이거 남자가 싫어지는 거 있죠
이거 10분전의 내가 미워지기 시작한 거죠
내가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해자였던걸 인식하게 된 거죠
총과 칼은 멋진 남자의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도구에 불과했던 거죠
권투는 스포츠를 빙자한 폭력이라는 거죠
영화에서 사람이 총에 맞고 건물이 폭발하고 자동차가 다른 자동차를 들이받는것은 잔인한 일이라는 거죠
가장 아름다운 여자의 몸매는 34 24 34가 아니라 배가 산만한 엄마의 몸매라는 거죠
서울우유 광고에서 싸우고 온 아이에게 '이겼냐?'라고 물어보는 아빠가 무식해 보인다는 거죠
남자의 색, 여자의 색이 있는게 아니라
남자의 색, 여자의 색을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거죠
남자다움, 여자다움이 태초에 만들어져 있던게 아니라
그것을 사람들이 만들어 가며 태초부터 있었던 냥 착각하는 것이라는 거죠
그리고 더불어 따라온 부작용들
귀로만 듣던 호두까기 인형이 아니라
눈이 즐거워지는 호두까기 인형
하나와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발래하는게 너무 예쁘고
10분도 안걸리던 백화점 쇼핑이 두시간 이상
mmmg
Onstyle
살림하기 좋은 주방
살림하기 좋은 부엌가구
예쁜 사기그릇
그런것들이 눈에 들어오질 않나
지독한 방향치, 길치일때 + 건물이나 상호로 길 찾을때
(여자들이 주로 건물이나 상호로 길을 찾는다면서요? 그얘기 듣고 깜짝;;)
남자든 여자든 예쁜 손에 한동안 멍하니 시선 고정
담배냄새에 학을 떼고 손사래 칠때라든가
조카들을 업고 몇시간씩 동요 불러주며 좋아라 할때라든가
분홍색 보라색 연두색 입지도 못하는 예쁜 옷이나
그런색 물건들에 눈 뺏기고
관심도 없었던 수국 한다발에 약속에 늦어버리고 마는 것
작고 아름다운 것의 소중함
그렇게 변한 내가 싫지가 않다는 거죠
어쩌면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몇년 뒤에 피식 웃으며 내가 왜 그랬나 할지도 모르죠...
근데 암튼 그런 섬세함과 아름다움이 좋아져 버린거에요
포장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그런게 좋아져 버린거죠...
이거이거 아직 내 이성이 여자인건 맞는데(참으로 다행)
사알짝 불안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그런 불안감 마저도 편견일지 모른다 생각하기도 하고
어쩌면 남자가 싫어져서
아니 남자다운것 남성성(특히 사회적으로, 눈에 안띄게 강요된)
그런것들에 싫어져서 반대로 그런걸수도 있구요
불과 얼마전까지의 그랬던 나에게 더 구역질 났을수도 있구요
분명한 건 내가 변했다는 거네요
사람들이 술먹을때 맛나서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내가 술을 안 싫어할 수도 있었을텐데...
뭐 그래봤자 우리나라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KGB랑 죽염주는 좋아하는 걸 보니 아직 기회는 있는거죠
그냥 막연히 반대로 하고 싶은 충동은 아닌지 의심하려 애써봐요....
프로필 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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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슬픈악마2005-09-03 05:22
좋아요
노니2005-09-03 08:23
술은 분명 맛이없지만 매우 맛있습니다.
암울한생물2005-09-03 11:30
뭐든 중간이 좋아요 - 지금도 중간으로 나아가는 과정이겠죠. 최종단계가 아닐꺼예요 ㅎ
포르말린2005-09-05 13:32
kgb 좋아하지만, mmmg싫어하고, 수국 받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임신 안되고, 작고 아름다운 것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여성들도 분명 있는데요-ㅅ-
서2005-09-06 11:36
그렇군요...
성급한 일반화 인가 ``;;
성급한 일반화 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