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멍하니 웅크려앉아 있었다. 힘을 내어 보려했지만 팔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원인이 뭔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 건 자주 있는 일인데다가
어젯밤에도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기분으로 잠들었으니,
어쩌면 오늘 아침에 유쾌하지 못한 기분으로 일어난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오전 내내 웅크려있다가
냉장고 안에 있는 차가운 닭고기를 꺼내먹고, 라면도 끓여먹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과자도 먹고 먹고 먹고 또 먹었다.
속이 부글부글 거릴 때 쯔음 다시한번 힘을 내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를 하려고 일어났다. 청소를 끝낸 후에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리라.
그렇게 몇번을 쓰레기더미를 가지고 왔다갔다했다.
마지막 재활용품들을 가지고 내려가는데, 순간 비틀 하더니 계단에서 미끄러져 굴렀다.
다행히도 네계단쯤만 굴렀지만
재활용품 빈 병은 깨져 사방에 널리고 고양이 캔들은 저멀리 날아갔다. 내 손에선 역겨운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났고 발목에선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언제 산건지 기억나지 않는 내 오천원짜리 구두가, 굽이 나가버린 것이다. 저멀리 동강이 난 구두 굽의 시체가 보였다.
흩어져버린 재활용품을 주서담으려 일어났다.
그러나 일어날 수가 없었다. 무릎을 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주저앉았다.
순간 미친듯이 울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난 계단 앞에 앉아서 그대로 울었다.
때마침 밑의집에 사는 여학생이 나왔다. 나를 보더니 움찔,하고는 다시 들어가버렸다. 그녀가 나를 보고 "괜찮으세요?"라고 친절히 묻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별로 좋지 않은 하루
SENG2005-11-23 08:01조회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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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녀찬2005-11-23 08:12
ㅜㅜ 아프지 안아?
SENG2005-11-23 08:13
아퍼요;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 여학생이 요란한 소리를 듣고 문을 열어본거 같아요. 나를 보고 '그냥 누가 자빠졌던 거군'하고 그냥 들어간게 틀림없어.ㅋㅋㅋ
철천야차2005-11-23 08:44
조심조심... -.-
Tabitha2005-11-23 13:52
;;; 내일이라도 꼭 병원 가보세요. ㅋ (제가 쌩쑈를 했던거라두 -물론 재미는 없으셨겠지만 웃겼더라면- 생각하시면서... 웃으시길.. )
하림2005-11-23 22:24
ㄷㄷㄷㄷ 조심하세요. 과로로 인한 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