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저희 부대는 눈이 왔어요.
휴일이 일요일과 겹친 것도 못마땅한데, 눈까지 오다니.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결코 원치 않았어요.
눈이 내리면- 쓸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열심히 제설 작업을 했죠.
이런게 바로 군인들의 애환이예요.
봄, 여름에는 낫을 잡고, 가을에는 빗자루를 잡고, 겨울에는 설삽을 잡죠.
잡초와 낙엽과 눈을 제거해야 되거든요.
여하튼 이런 이유로 기분이 몹시 우울했는데,
내무실에 들어와 좀 쉬려고 했더니 교회에 가라는 거 있죠.
대마왕님이 독실한(독한) 기독교 신자인데,
걸핏하면 막무가내로 교회에 가라고 하거든요.
저희 부대는 불교가 아니면 무조건 기독교예요.
다른 종교라던가, 무교라는 말은 통하지가 않아요.
덕분에 저는 더욱 더 기독교가 싫어지고(이렇게 극성맞은 몇 사람 때문에),
더욱 더 우울해졌는데, 이런 저와는 상관없이 교회는 들떠있었죠.
재미도 없는 게임을 통해서 선물을 뿌리고 있었으니까요.
(우리 대마왕님은 매우 인자하시거든요, 교회에서만.)
그런데 어찌 어찌 하다보니 오엑스 퀴즈 게임에 참가할 자격을 얻었고(묵찌빠),
어찌 어찌 하다보니 마지막까지 남게 되었네요.
저의 되먹지 못한 육감이 통한거죠, 정말 말도 안되게.
그리고 대마왕님은 저를 향해 미소 지으시며 봉투를 주었어요.
봉투의 겉면에는 <참 잘했음>이라는 궁서체의 글씨가 세로로 적혀 있었고,
안에는 <4박 5일 대대장 포상 휴가증>이라고 적힌 종이가 한장 들어있었어요.
고개를 들자 대마왕님의 뒷통수에서는 후광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죠.
그렇게 해서 저는 휴가를 나오게 된 거예요.
같이 나온 사람들 아홉이서 부대찌개에 소주 한 병씩을 걸치고서-
전철을 타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그런데 택시에 탄 뒤 미리 꺼내놓고 만지작거리던 천원 짜리 지폐들 가운데
도장이 찍혀있는 지폐가 있었어요.
<예수 믿으면 천국 / 믿지 않으면 지옥>이라는 글자가 파란색 잉크로 찍혀 있더군요.
이런 극성스러운 행위 때문에 저는 기독교가 점점 싫어져요.
편견을 가질 생각은 없는데, 자꾸 그렇게 되요.
거기다가 기사 아저씨가 "마지막 휴가인가 봐요"라고 건낸 말에
"아뇨, 그냥 포상 휴가예요"라고 대꾸를 해준게 화근이었어요.
기사 아저씨는 "그냥 포상 휴가라뇨"하며 궁금해 했고,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서 이런 저런 일로 받았다고 설명을 해주자
난데없이 당신 믿음의 역사를 들려주더군요.
-원래는 불교였다.
-그런데 절에 매일 같이 찾아와 교회에 가자고 설득하는 남자가 있었다.
-나는 부처님 밖에 모르니까 냉큼 사라져라.
-그래도 일단 한번만 나와 같이 가보자.
-이런 식으로 둘은 매일 매일 싸웠다.
-결국에는 한번만이라는 생각으로 교회에 가게 되었다.
-성경을 읽어보게 되었다.
-깨달음을 얻었다.
이런 식으로 시작 된 하나님의 전지전능 하심과 예수님의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
정말 당장에라도 뛰어내리고 싶은 지경이었어요.
-알겠어요. 그런 얘기는 저도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그래서 결국엔 예수를 믿지 않는 저는 지옥에 갈 거고, 아저씨는 천국에 갈 거라는 얘기잖아요.
-아무리 성실하게, 떳떳하게, 소박하게, 착하게 살아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얘기,
-아무리 온갖 악행을 저질러도 진심으로 회개하고 믿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죄인들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얘기,
-그렇지만 하나님 자신은, 자신을 믿지 않는 죄인들 만큼은 용서하지도 사랑하지도 않는다는 얘기잖아요.
-내가 듣기에는 그런 이야기예요.
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그냥 고개만 끄덕이다가 내렸어요.
나는 하나님, 사탄, 천국, 지옥, 이런 것들이 정말 있는지 없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별로 관심도 없어요.
그저 종교 얘기라면 골치가 아프답니다.
그저 술이나 마시고 싶어요.
제발 나를 달달 볶지도, 너 같은 놈은 당장에 지옥행이라며 겁주지도, 말아요.
[육감의 제왕] (병)장의 귀환
담요2006-01-16 08:28조회 428추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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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담요2006-01-16 08:32
그러니까 결론은 술이나 마시자는 이야기.
Radiohead2006-01-16 08:51
너 같은 놈은 당장에 지옥행! 이라고 해도 겁나지는 안잖아요, 짜증만 날뿐
닉이라는이름은없다2006-01-16 09:39
단락구분해주세요..저 숨넘어감--;
☻2006-01-16 12:19
맞아요 지옥 들먹이면서 협박조로 얘기하면 안통해요. 너무 싫어요.
센조켄2006-01-16 17:41
이제는
예수님이 그렇게 좋으신 분이라면
안믿어도 지옥은 안보내실거에요 그쵸?
라고 답변해주세요-_-
예수님이 그렇게 좋으신 분이라면
안믿어도 지옥은 안보내실거에요 그쵸?
라고 답변해주세요-_-
nukie2006-01-28 06:59
결론은 제대하거든 가까우니까 면회와서 나 외출로 빼주라는 얘기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