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들어왔다
내일은 중요한 약속이 있다
마음가짐도 필요하고 해서
청소도 살짝하고 차도 끓이고 샘터도 몇쪽 읽었다
새벽인지 어쩐지 살짝 잠들었는데 친구가 전화했다
꼬부랑 꼬부랑 말투로 축하한단다 사랑한단다
"그래 나도"를 연발하고 힘들게 끊었다
요녀석은 술을 참 잘 써먹는다
우리를 깨우는 사람들은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지 못한다
노래하는 사람도 포함이다
잘 잠들고 잘 일어나는 사람이 너무너무 부럽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잘 잠들고 잘 일어날때의 내가 너무 부럽다
영원이 내 곁에서 '난 네 편이야'라고 웃어주며 말해줄 것 같은 사람이
지금 멀리있다
공항에서도 체감하지 못했고
여전히 그렇다
허나 말라버린 칫솔이나 아침에 먹다만 귤 반쪼각이 책상위에 말라비틀어져 있는 것이나
뭐 그런것들을 보면서
이제 하나씩 둘씩 느낄 것 같다
아직은 아무렇지도 않다
일부러 아무렇지 않으려 애쓰는것도 아니고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다
불안할정도로...
만성과 급성이 있다
공항가는 일은 그러다 말지 싶을정도로 만성이었는데
결국 그렇게 되었다
친구에게 축하받은 일은 정말 생각치도 못한 일이다
이 두가지 사건이 오늘 전화 한통화로 나를 깨운 녀석을 미워하게 하고 말았다
결국은 차를 한 잔 더 마셨고 샘터를 몇쪽 더 읽었으며 메모장을 열게했다
몇시간전에 전화를 받고나서의 흥분은 이제 가라앉았다
차분히 내일을 기다리고 싶지만
잠은 오지 않는다
오늘 새벽은 내 인생에서 몇번째 안꼽히는 분수령으로 기억될 것 같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