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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거기

담요2006-05-28 16:59조회 389추천 16
고등학교, 내가 속해 있던 동아리, 그림터.
내가 제일 좋아라 하던, 후배, 성근.
마찬가지로 같은 동아리, 몇 안되는 여자 친구, 희진.

만났다.

성근이가 포상 휴가를 나왔다.
이제 겨우 일병을 달았단다.
가끔씩 내게 '다, 나, 까' 어법을 사용하더라.
그리고 그 걸 깨닫고서는 쑥쓰러워 하더라.
짧게 자른 머리, 나보다 더 쌔까맣게 탄 얼굴,

반가운 얼굴.

희진이는 군대 간 남자 친구랑 헤어졌단다.
"역시 몸이 멀어지면 힘들겠지."
"정확히는, 마음만 가까이 있는게 힘든 거야.
나에 대해 모든 걸 구속하려고 하고, 확인하려 했어.
누구를 만나는지 알고 싶어 하고,
대체 무슨 이유로 만나는지 알고 싶어 하고,
자신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나까지 불안하게 만들었어."
"어쨌든 많이 힘들 거야, 그 사람."

힘들겠지.

"아까부터 꽤나 열심히 문자질이네."
"아, 지금 작업 들어가고 있는 누나한테 보내는 겁니다, 요."
"어째 넌 죄다 연상이냐? 포기해."
"저도 잘 모르겠스-읍. 모르겠어요. 그리고,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쓰는 말!"
"그런 군바리 다운 유머 감각으로 뭘 하겠다고."
"상관하지마삼-"
"그 여자랑 잘 되든, 잘 되지 않든, 하나도 좋지 않을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말이지."
"아, 형 진짜, 전역했다고 자꾸 군바리 기 죽이는 소리만 할래요?"

힘들텐데.

송내역, 맥주 공장 소주 창고.
눈 앞에는 노오란 맥주가 출렁.
난 공장 말고 창고로 가고 싶었는데.
"그러고 보니까, 여기가 거기네요."
"응?"
"말했잖아요. 예전에 지환이 형이랑, 그 누나랑---"

- - - - - - - - -

그래, 여기가 거기였구나.
여기가 거기였어.
그랬구나.
그랬어.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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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악!!2006-05-29 00:24
그렇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