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실에서 딩가 딩가 거리다가,
고등학교 후배 녀석이 휴가를 나왔다며 찾아와서,
오랜만에 같이 김치 찌개에 소주를 마셨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다.
바로, 내 핸드폰 주소록 중 미스테리 목록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이었다.
(일전에 썼던 글에서의 두번째 인물이다.)
양반은 못되는구나,
혹시 내 홈페이지 링크에서 알에취를 알아내어 내 글을 본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전화는 금새 끊겨버렸다.
콜렉트 콜이었기 때문이다.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그녀가 원하는대로 전화를 걸어주었다.
오랜만, 무슨 일, 어디, 뭐해, 친구랑, 술, 월급-
친구랑 같이 있는데 내 생각이 나서 전화를 걸었단다.
그러더니 난데없이 내게 술을 사달라고 했다.
나는 현재 파산 상태나 다름 없다고 커밍 아웃을 했음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술을 마시자며 떼를 썼다.
내가 졌다.
월급을 받으면 자신도 내게 술을 사주겠다고 하니, 믿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녀의 친구까지 내가 사줘야 하는 것일까.
지금은 준비가 끝나면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승낙을 하기는 했지만, 지금도 갈팡질팡 한다.
그냥 다시 전화해서 됐다고 할까, (같이 월드컵 응원 가자고 했을 때 거절했듯이-)
만나서 할 얘기가 있기는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