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은 회사에서 멍하니 모니터만 봤다.
업데이트 할 상품의 촬영본이 없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으러 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어딘지 낯이 익은 남자와 같이 엘레베이터에 오르게 되었다.
정말이지 낯이 익었다.
같은 6층에서 내렸다.
같은 사무실로 들어갔다.
알고보니 모델이더라.
이 사람은 알까.
여러 사람이 당신 얼굴에 송송 피어난 여드름을 지우기 위해,
크로즈업 된 당신 얼굴을 뚫어지게 봐야 한다는 사실을.
이 모델 양반이 사진 촬영을 끝내고 나서야 작업이 시작되었다.
크게 어려울 것은 없는 일인데,
가끔 제품 색상과 사진에서의 색상이 크게 어긋날 경우에는 꽤나 피곤해 진다.
또한 작업을 끝낸 후에 세이브 하는 것도 만만치가 않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파일명이 정해지는데,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작업해서 한꺼번에 세이브 하기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헷갈리게 된다.
7시가 조금 넘어서 일이 끝났고,
나는 바로 머리를 자르러 갔다.
머리를 자르는 동안 미용사 누나의 재미없는 이야기를 들어줘야만 했는데,
이야기의 소재는 대부분 자신의 가르마에 대한 것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편의점에서 던힐을 하나 사고,
오징어 땅콩 한봉지를 샀다.
자기 전에 맥주나 마실 생각으로.
늦은 저녁 식사를 하고, 샤워를 하고, TV를 보고, 맥주를 마시,
려고 했는데, 없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언제나 소주와 맥주가 있었는데,
오늘은 없다.
어제 엄마가 죄다 마신 모양이다.
다시 TV를 보며 오징어 땅콩을 먹었다.
피자도 먹는다.
이제는 잔다. (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