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난 정신이 없다.
왠지 바보가 된 듯한 기분이다.
무언가가 쌓여만 가고,
그래서 더욱 더 무거워지고.
어제는 핸드폰을 두고 출근을 했다.
점심을 먹으러 집에 와서 핸드폰을 챙겼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잠시 뒹굴다가,
연습실 홍보용 전단지 편집 작업을 했다.
꽤 오랜 시간을 들여서 완성을 한 뒤에 프로그램을 종료했다.
다시 뒹굴다가 메모리 카드에 담아가려고 보니,
파일이 없었다.
저장을 안했던 것이다.
일단은 연습실에 가려고 집을 나왔다.
편의점에서 잔돈으로 담배를 샀다.
버스에 탔다.
교통 카드가 망가졌기 때문에 돈을 내기 위해 지갑을 열었다.
잔돈이 있을리가 없다.
오천원짜리와 만원짜리만 있을 뿐이다.
상냥한 기사 아저씨는 다음에 내라고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핸드폰을 또 안가지고 왔다.
연습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
형들에게 인사를 하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지갑을 안가지고 나왔다.
다시 돌아갔다.
어쩌다보니 시간은 새벽 한시가 되어 있었고,
상냥한 형은 집까지 태워다 주었다.
오늘은 열두시에 일어나서 잠시 뒹굴다가,
세시 정도에 다시 연습실로 향했다.
그런데 지갑이 없었다.
어제 지갑을 가지러 돌아가 놓고,
또 다시 두고 나온 것이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방구석을 뒤지니 나오는 건 사백오십원.
결국 난 집 근처 슈퍼에 가서 사정을 말했고,
상냥한 주인 아저씨는 내게 천원을 빌려주셨다.
요즘들어 버스에서 내릴 때 머리를 부딪히는 일이 자주 생긴다.
고개만 살짝 숙이면 되는 건데,
반사적으로 행해지던 일인데,
이 단순한 행위를 자꾸만 잊어버린다.
아무래도 내가 멍청해지고 있는 원인은 스트레스가 아닌가 싶다.
오늘 열두시에 나는 전화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었는데,
낯선 목소리의 남자는 연습실의 회원 모집 광고를 보고 연락했다고 했다.
이런 저런 형식적인 질문들.
이런 저런 형식적인 답변들.
전화를 끊고 거실로 나오자 아빠가 내게 물었다.
"왜 난데없이 욕을 하고 그래? 전화로 누구랑 싸웠어?"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욕이라뇨?"
"너 전화한 거 아냐?"
"맞아요."
"네가 '에이, 씨펄!'하고 큰소리로 욕했잖아.
난 깜짝 놀랬다. 생전 욕이라고는 안하던 녀석이..."
무의식중에 내뱉은 모양이다.
하여간 뭔가 잔뜩 쌓이기는 쌓인 것 같다.
극도로 예민한 요즘이다.
칼을 꼬옥 움켜쥐고,
누구든 오기만 하면 베어버리겠다고 소리친다.
그러나 아무도 오는 사람은 없고,
나의 고함을 들은 사람도 없다.
딱 위의 상황처럼 기분이 더럽고,
딱 위의 상황처럼 허탈하고,
딱 위의 상황처럼 부끄럽다.
"거기 정말 아무도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