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겉장에는 S빌라 207호라고 써놨어요. 그 블록은 이 도시 안에서도 모든 범죄의 중심이 되는 곳이죠. 지나가는 사람 셋 중의 둘은 오늘 새벽 무슨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고, 혹은 어젯밤 이미 나쁜 일을 한 사람일거예요 분명.
그날은 밤 늦게부터 내린 눈으로 이미 길이 하얗게 덮여있었어요. 새하얀 눈 위의 빨간 봉투는 당연히 눈에 띄기 쉽죠. 난 그곳에서도 가장 질이 나쁜 사람이 그 봉투를 줍기를 바라고 있었어요. 드디어 멀리서 보기에도 뚜렷이 보일만큼 얼굴에 큰 상처가 있는 남자가 그 봉투를 발견했어요. 그는 고개를 숙여 봉투를 집어 들고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죠.
난 그의 미소를 보는 순간 심장이 마구 떨렸어요. 그는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나쁜 사람이길 바랬죠. 그가 오던 방향을 틀어 그의 집이 있는 쪽으로 걷기 시작했어요. 나도 그를 놓치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서 그를 따라 갔죠.
그의 빌라 앞에서 그가 검은 가죽 장갑을 끼고, 주머니에서 무언 갈 꺼냈는데 눈에 비치며 ‘반짝’ 했어요. 총일지도. 어쩌면 잭나이프일지도 모르죠.
그는 주위를 살핀 뒤 걸어 올라갔어요. 그리고 한 시간쯤 뒤에 가방 하나를 메고 나왔죠. 그 가방 내가 그 사람한테 사 준건데. 왠지 그 사람보다 그의 가죽점퍼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어요. 그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쯤 되어서야 난 그 사람이 살고 있는 곳으로 올라 갔어요. 내 집보다 더 익숙한 그곳이 왠지 그날따라 낯설더군요.
역시 그 사람, 그 여자와 함께 있었더군요. 둘 다 배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어요. 그 사람이 저를 보았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눈빛이었어요. 그 여자는 이미 죽었는지 아무런 미동도 없더군요. 경찰에 전화를 했냐구요? 아뇨. 그냥 그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어 주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나왔죠.
물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있던 건 아니었어요. 우린 단지 싸웠을 뿐이었고 화가 나서 헤어지자고 했던거라구요. 언제나처럼 화해를 하면 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화해를 한 후에 그 사람에게 스파게티를 해주려고 재료까지 사간 내가 뭘 봤는지 아세요? 그 사람의 침대위에 다른 여자가 있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랬어요.
그 사람 잘못이죠.
난 잘못한 게 없어요.
그저 길에 그 사람의 집 열쇠를 흘린 것 뿐 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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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에 소창시간에 발표한 소설 중에서 딱 한 페이지였는데.
나의 후배의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가 생겨서 헤어지고
그 남자의 집이 털렸다.
근데 왠지 자꾸 그 소설을 이야기 하는 우리과 사람들.
첫 번째 용의자예요 내가.
난 그 남자랑 아무 상관없는데.
그런데.
왠지 마이클 더글라스 같은 형사가 날 찾아 올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