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지지
캐서린2006-12-30 10:57조회 511추천 1
에로지지,라고 나는 여자친구에게 그렇게 불린다.
휴가때마다 만나면 불린다. 보통때는 안 불린다.
불림은 외로움의 탈피다. 변태되는 매미유충처럼,
나는 몸밖으로 뭔가 빠져나가는 기분을 체험한다.
오늘 분대신병의 가족이 면회왔다.
쪼그맣고 뚱뚱하고, 그래서 나는 난쟁이 가족을 떠올렸다, 출발전에.
겨울용 이불을 꽁꽁 싸맨 보따리들을 상상했었다. 속으로 픽픽거렸다.
옳다쿠나. 역시나였다. 가족은 모두 한다발 꽃송이들이었다.
바람불어 몹시 추웠고, 웅크리니 더 그랬다.
그의 누나되는 사람은 몸씨가 좋았다. 왜그러냐고 물었더니
중학교때 투포환을 해서 그런가보다, 신병이 말했다. 나는 너털하게 웃었다.
그녀의 눈초리를 보아하니 미안해서 그냥 입닦는척하면서 웃었다.
나는 장난기가 많다. 사람들도 그런다. 잔인하다, 할 정도로 많다.
내가 투포환으로 던져져서 어디론가 박히고 싶다, 고 말했다.
나 좀 던져주세요, 했더니, 웃는다. 나는 정말인데, 했다.
치킨을 먹고 피자를 먹고 식은 김밥쪼가리를 아무렇게나 집어먹다가
담배좀 피고 오겠습니다, 네, 하고 말하고 교회옆 휴게실로 나갔다.
휴게실 옆에는 나무가 한그루 박혀 있었다. 누군가에게 던져져서
여기로 박힌것처럼 초라하게 서 있었다. 나는 나무 비늘을 만져봤다 거칠었다.
에로지지, 라고 요코가 옆에서 말하는 것이 들렸다.
나는 '이건 그냥 나문데 뭐, 어때' 그랬다. 확실히 나는 그때만큼은, 변태는 아니었다.
외로움이 쌓이고쌓이면 나 혼자서 나를 부른다.
캐서린이 캐서린3호나 5호를 부르는게 아니고 그냥 내가 나를 부른다.
불림은 그렇게 외로움을 떨쳐내고 그렇게 외로움은 붙여낸다.
내 인격을 포기하는 행동은 아니다. 그냥, 나는,
장난기가 많으니까.
한다.
난쟁이들이 식사를 다 끝마치고 배불러할때쯤 나는 돌아왔다.
어디갔다왔어. 네 화장실 갔다왔습니다. 배가 갑자기 아.. 하고 끝을 흐렸다.
투포환선수의 얼굴이 요코같았다, 순간.
사람들로 붐비는 어느 거리를 생각했다. 극심한 도심이 아니라,
저기 어디 깊은 산속 오솔길이 붐비는 고요한 흙길이었다.
담배를 피우니 머리가 어지러운 게였다.
담배를 피우면 어지러워진다. 그리고 나는 장난기가 많다.
신병은 자리가 불편한지 자꾸 엉덩이를 떼었다 붙였다 했다.
옆에 그의 어머니는 발바닥에 온 장기가 다 들어있어요, 하면서
발맛사지숖의 자기 명함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의 아버지는 가만히 앉아서 김밥만 먹었다.
그들이 가시려는데 내가 말했다.
'동원아, 가서 아버지 어머니 좀 안아드려'
동원이 그 말에 얼른 달려가더니 아버지를 안았다.
아버지는 신병 어깨를 안으면서 막 두들기다가 그래 잘 있어 하더니
곧바로 차에 타셨다. 그러더니 그 큰 안경을 벗고서 손수건으로 눈을 닦았다.
나는 웃었다. 크게.
아버지가 나를 봤을까 모르겠다. 나는 하품하는척 하면서 웃었다.
모르겠다. 그 장면이 재미있었는가보다 나는. 아니면 그것도 나의 장난이었을까.
또 몰래 내 이름을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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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secret2006-12-31 04:33
소설같네요..책한번 내보세요.ㅎㅎㅎ
새턴링즈2006-12-31 05:47
장난기 많은 캐서린님 오랫만이에요
빨딱빨딱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아들 옆에서
발바닥에 온 장기가 다 들어있어요-가 왜이렇게 웃긴지....ㅎ;
빨딱빨딱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아들 옆에서
발바닥에 온 장기가 다 들어있어요-가 왜이렇게 웃긴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