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극장
2.장례식장
어제 오후에 "오래된 정원"을 봤다.(혹은 봤습니다.)
이렇게 눈물을 흘려버리면
영화의 만듦새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일이 굉장히 부질없게 느껴진다.
(아아... 그런데 이건 정말 비겁하다.
JSA에서도 그렇고 또 기억이 나지 않는 몇몇 영화들...
현재는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함께인 모습을 찍은 사진이나 그림이 나오는 엔딩.
즐거웠던 것도 다 추억이라고,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굳이 확인시켜주는 것은...
많이 슬프다.)
영화 "오래된 정원"은 12세이상 관람가인데,
12세가 보는 것과 24세가 보는 것과 36세가 보는 것에 굉장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24살이라도... 한국 '최'근현대사에 많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12세 관람자와 그닥 차이가 없을 것도 같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건 오바고.
영화에 나오는 과거 실재 사건들에 대해 굳이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
느낄 수 있는 사람만 느껴보라는 감독의 태도에서
(물론 사전정보 없이도 영화 자체에 대해 감동을 받을 수 있지만, 그런 감동과는 조금 다른...)
상업적으로 타협하지 않는 나름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요새 영화들을 보면
쉽게 동의하고 공감하고, 고민 없이 웃고 울 수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인데
- 물론 작가영화, 독립영화, 상업영화의 틀을 뛰어넘어 좋은 영화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지만-
이런 영화들은 '이 정도로 썰을 풀고 웃기고 울리면 잘 팔리겠다'하는 제작자의 생각이 훤히 보여서
보고 있으면 느끼해서 속이 불편해진다.
"오래된 정원"은 적어도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영화에서, 17년은 복역하고 출소한 오현우가 광주로 내려가서 옛 동지들과 만나는 장면이 있다.
분위기는 굉장히 어색하다. 출세한 사람들과 루저들이 함께 있다.
누군가 "인생은 길고, 혁명은 짧다"고 말한다.
친한 형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어제 저녁에 병원 장례식장에 갔었다.
그 형은 예전에 시민운동 하면서 만났던 형이다.
장례식장에서 그 때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학교에는 거의 친구가 없었고
유'이'하게 의지했던 것이 아레치와 이 사람들이었다.
내 옆에는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이 너무 좋아서 서너번 읽었다고 얘기했었던 친구가 앉았다.
(이 놈도 아레치 회원. 올 여름엔 글래스톤베리를 보러 가겠다고...)
우리는 극렬운동권도 아니고, 전경들과 대치했던 것도 손에 꼽을 정도이고, 아직 대부분이 20대이다.
오래된 정원에 나오는 인물들과 비교하기 곤란할 정도로 상황이 많이 틀리지만,
오랜만에 동지들이 모이는 비슷한 장면을, 영화에서 보고, 직접 이렇게 참여도 해보니...
우스웠다.
우리는 장례식장의 몇몇 분들이 당황해할 정도로 웃고 떠들었다.
인생은 길고, 혁명도 길다.
우리는 이렇게, 혁명의 시대와 부조리한 현재를 성찰할 수 있는 영화를 볼 수 있으니까...
주위에서 워낙 혁명이 짧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이제는 어떻게 처세해야 하는지 감이 온다.
영화에서도 짧다잖아... 알았어. 응.
우리 인생도 길게, 혁명도 길게 처신 잘 할께. 즐기면서. 웃으면서.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