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백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체크 카드의 사용 내역을 알리는 문자였다.
집을 나오기 전에 한참을 찾았지만 결국은 찾지 못했던 카드.
그 카드로 물건을 구입했단다.
더 페이스샵에서 21,800원.
몹시도 당황스러운 통보였다.
우선은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카드는 언제 나의 손을 떠났던 것일까.
그 결과, 새벽 4시까지 자리를 지켰던 술집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우선은 급한대로 전화를 걸어 분실 신고를 했다.
지금 사용된 금액에 대해서 보상이 가능하다고 한다.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일단 자세한 것은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은행의 영업소에서 상담을 받아보란다.
이 것은 절망의 한숨이 나오는 대목이다.
잘은 몰라도 돈에 관계된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게 보통이니까.
아마도 보상은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분실과 그에 따른 재빠른 대응-분실 신고-을 하지 못한 것은 나의 책임이다.
된다 해도 일부만 가능할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뱅킹으로 확인을 해봤더니,
더페이스샵의 지점명이 명시되어 있었다.
또한 그 지점은 유력한 분실 장소 후보인 술집 바로 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사실들을 바탕으로 한 나의 추리에 따르면,
범인은 그 술집의 종업원 중 하나다.
우선 내가 카드의 존재를 마지막으로 확인한 뒤에 바로 간 곳이 그 술집이며,
우리는 그 곳에서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셨으며,
우리가 그 술집의 마지막 손님이었기 때문이다.
나의 가상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범인은 우리가 나간 자리를 정리하다가 카드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몰래 카드를 챙겼지만,
몹시 피곤했기 때문에 곧장 집으로 향해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다시 출근을 위해 집을 나선 범인은 어제 습득한 카드를 생각해냈고,
마침 더 페이스샵에 들러 살 물건이 있었기 때문에 그 곳에서 시험을 해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는 계산대에 카드를 내밀었고,
놀랍게도 아무런 문제없이 카드는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범인은 카드의 사용 내역이 문자로 통보된다는 것과,
카드의 주인이 곧바로 분실 신고를 하리라는 것을 예상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비싼 것을 살 걸, 하는 뒤늦은 후회만이 따를 뿐이다.
범인은 가게를 나옴과 동시에 카드를 반으로 쪼개 근처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문제의 술집으로 향한다.
나는 이런 나의 추리에 스스로 감탄하며 자신만만하게 술집으로 향했다.
범인을 찾아내어 잔뜩 혼을 내줄 생각이었다.
술집 앞에 도착하자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가 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한다.
나는 인사에 대꾸도 하지 않은채 목소리에 힘을 주어 용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제가 어제 새벽 4시까지 마지막으로 여기에 있었는데요.
정리하다가 카드 하나 주으셨죠?"
그러자 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아뇨, 분실물은 전혀 없었는데요."
예상에 없던 대답이었다.
나는 나의 추리가 '당연한 사실'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 순간, 나는
"아, 알겠습니다."
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에 조용히 그 곳을 나왔다.
사라진 카드의 행방을 찾아서
담요2007-01-14 17:29조회 444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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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개
라이리미엔2007-01-15 14:50
원래... 세상에 믿을 사람은... 정말로 믿을 사람은 없는 것 같습니다.
luvrock2007-01-15 15:44
차분한담요씨가 되어보세요 물건안흘리는-
센조켄2007-01-15 16:45
범인은 매니져다.
그는 가게 문을 닫으며 카드 한 장을 주었다. 피곤하기도 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한 쪽 구석에 잘 두었다.
다음날, 여자친구에게 뾰루퉁한 문자가 왔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느냐면서.
늦게까지 영업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일단 가게 근처의 화장품 가게(더페이스샵)에 들러 그 곳 점원이 말해주는 좋다는 고기능성 앰플을 산다.
그리고 무심결에 카드를 내밀었는데, 아뿔싸 그것은 어제 주은 카드다.
황급히 다른 카드를 찾아보지만 결제는 이미 되었고,
소액인데 뭐 어떠랴 싶어 그럴듯하게 싸인을 한 후,
가게에서 멀찍이 떨어진 편의점에 들러 카드를 버린다.
나 왜 따라하지;;;
그는 가게 문을 닫으며 카드 한 장을 주었다. 피곤하기도 했고, 대수롭지 않게 여겨 한 쪽 구석에 잘 두었다.
다음날, 여자친구에게 뾰루퉁한 문자가 왔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느냐면서.
늦게까지 영업을 하느라 힘들었지만, 일단 가게 근처의 화장품 가게(더페이스샵)에 들러 그 곳 점원이 말해주는 좋다는 고기능성 앰플을 산다.
그리고 무심결에 카드를 내밀었는데, 아뿔싸 그것은 어제 주은 카드다.
황급히 다른 카드를 찾아보지만 결제는 이미 되었고,
소액인데 뭐 어떠랴 싶어 그럴듯하게 싸인을 한 후,
가게에서 멀찍이 떨어진 편의점에 들러 카드를 버린다.
나 왜 따라하지;;;
SENG2007-01-16 12:28
센조켄님의 추리가 그럴듯해보이는군요..ㅋㅋ요즘 뭐 카드 주섰다고 바로 쓸만한 사람이 이쓸까요..실수로 썼겠지요..
그래도 얼마 안되서 다행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