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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DC2007-02-01 14:50조회 766추천 13

이렇게 차가운 겨울을 사랑하지마는,
2월중에 하루만큼은 날씨가 무척 따뜻하고 햇살이 좋아서 어느 잔디밭에 이어폰을 낀 채로 누워서 광합성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음악은 koc가 좋겠지. 해질 무렵엔 azure ray를 들으며 자리를 뜨고.

필름 한 롤을 맡기고선 칼바람이 부는 거리를 막 걷다가 두 달여만에 누군가와 마주쳤고, 싱겁게도 찡긋 눈인사만 나누고선 둘 다 주머니에 양 손을 푹 찔러넣은 채로 엇갈렸어요. 이 정도 추위에 칼바람은 안부마저 휙휙 퀵서비스 하는걸까. 아무튼 싱거운 인사가 어색하지 않았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이 꽤 신났어요. 공기가 차가울수록 은근히 신이 나는 것을 보면 확실히 겨울 체질인 것 같아요. 벌써부터 흐물거리는 여름이 두려운데 난.

"이 사진 맞으시죠?" 하며 꺼내주는 인덱스를 흘낏 보고선 "네" 끄덕하고 나왔는데,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면서 꺼내보니 어라 이게 뭐람. 희미하게 웃고 있는 누군가의 독사진 한 장 외엔, 노란 조명 아래 늘어선 색색의 병맥주들과 벽에 가지런히 걸려있는 액자들의 고운 자태가 인덱스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었어요.
돌아가서 필름이 바뀌었다고 말했고, 또 다시 30분을 방황한 후에 찾은 내 필름엔 인물 사진이 꽤 많았는데 결과물은 대체로 별로였어요. 아까 그 인덱스를 살짝 훔칠 걸 그랬나 하는 요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사진들이 결코 엄청난 것들은 아니었는데, 의도를 알 수 없는 초점에 병맥주들만 도란도란 노란 빛 받고 있는 모습이 왜 그렇게 귀여웠는지. 으음 어디서 본 것만 같았던 느낌이 뭉게뭉게.

요즘 들어 누군가를 우연히 마주치는 일이 잦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신기한 관계와 우스운 상황들도 가끔 목격하곤 해요. 현실에서 먼저 물결이 일긴 했지만, 공상의 파도가 더욱 더 심해지는 건 역시 너무 차가운 바람 탓인가. 자꾸 다음 이야기를 상상하게 돼요. 그야말로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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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철천야차2007-02-02 01:57
cc도 음악을 느끼고 있는거야.
나도 요새 느끼고 있는데 - 역시 겨울에 많이!
각자 진행하던 멜로디가 한 음에서 포개졌다가 다시 흩어지고...
나는 요새 뇌강좌?를 듣고 있는데, 원초적인 차원에서 우리의 세포들도 모두
장단을 맞춰 춤을 출 음악을 늘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 요새는 거의 정해진 동선을 벗어나지 않는 생활때문에,
어떤 우연한 만남을 갖기 힘든 게 조금 아쉽네...
ACDC2007-02-02 02:16
어, 딱 그런 구절에 감동했었는데 :]

Follow your bliss, Follow your heart, Follow your love.
Then, the universe will play music so that you can d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