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말기증후군
캐서린2007-02-15 16:39조회 452추천 1
한번, 어때?
안 죽어, 입에 살짝 물고 심호흡해,
그리고 비누방울 만들듯이 불면돼
나는 담배예찬론자는 아니었다.
뛰날듯이 자전거를 몰고 예까지 도착한
그녀에게 헐떡이며 몰아쉬는 큰 숨소리가 붙었다.
때마침 나는 담배 중이었고, 문을 따고 안으로 들자마자
그녀의 시선이 처음으로 닿은 곳이 내가 입에 물고 있는
그것이었고, 해서, 그냥, 건네본 한마디였다.
비누방울이 만들어졌다. 하나의 담배에서 두개의 입으로.
담배연기는 천장에 달린 하얀 형광등에 올라가
부딪쳐 희뿌연 거품으로 쪼개진다. 나는 켁켁댔다.
이것봐. 난 담배 피울때마다 나오는 연기들이
내 몸을 빠져나가는 영혼처럼 보여, 너는 이해못하겠지.
하지만 상상해봐, 재밌잖아. 머리도 어지러워진다구.
그녀의 검은자켓이 바닥으로 떨궈질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그랬다. 폐속 깊숙히 들다 나가는 담배연기는
내가 바라는 유체이탈의 영혼들이었다. 나는 믿었다.
그래서 담배는 좋아. 잠시나마 그런 상상을 하게 되지.
내 영혼이 방금 형광등 안으로 들어갔어. 벽지에도. 창문에도.
몇몇은 밖으로 나갔겠지. 지금쯤 뚫었을꺼야, 성층권.
그러고나서 나는, 너도 그래? 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우습게도 그녀는 내 얼굴을 못본체였다. 거울 안에 자기 얼굴에
새겨진 잔주름을 매만지고 있을뿐이다. 내가 어떤 대답을 강요하고 있음을,
그녀는 알까?
모를걸, 너는. 너는 그냥. 씁쓸하잖아, 하찮고, 나쁘고.
영혼같은 거창한 따위는, 넌 나를 사이코로 보고있겠지.
취했을거라 생각할수도 있어. 그냥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녀가 내 몸을 두팔로 껴안았다.
향수인지 비누인지 모를 몽글몽글 거품냄새가 훅 끼쳐왔다.
난 또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연기를 밖으로 냈다.
외로웠지. 외로웠겠지, 너는, 그리고 나도.
우린 방금 담배 하나를 나눴어.
하나의 담배에서 두명의 영혼이 조각나 날아갔어.
뒤섞여서 날아갔어. 정말 멀리. 어떤게 누구것인지 모르게.
지금쯤 둘이서 우주를 떠났을걸. 달나라로, 화성으로.
우린 여기에도 있고, 거기에도 있어.
나와 그녀는 지진이라도 일어난것처럼 몸을 떨었다.
떨면서 바닥으로 뒤집혔다. 서로 뺨을 부댔다. 내 입술에는 피가 일었다.
이대로 땅속으로 꺼졌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땅속으로 깊게 깊게,
우주 위로 높게 높게,
나와 그녀와 나의 영혼과 그녀의 영혼이
상승하고 하강하면서 뒹굴거리는 밤이었다.
나는 눈물을 찔끔했다. 그녀에게 들킬까봐 콧물 훔치는 소린 내지 못했다.
외로웠다. 외로워서 정신이 이상했다. 텔레파시로 그녀에게 소리쳤다.
제발,
떠나지 말아달라고.
우주와 땅속과 곰팡내 나는 이곳 모텔방에서,
내가 안고 있고 뺨을 부비고 있는 그녀에게 외쳤다.
그리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깼을땐 전부 사라진 뒤였다.
그녀도 담배도, 우주도, 땅속도, 단지 남은건 내 자신뿐이었다.
검지손가락을 코에 대어 킁킁거렸다. 비누인지 향수인지 담배인지 하는 냄새가
우주와 땅속을 거닐다가 뒤늦게 돌아온듯한
진득하고 그윽하고 딱딱한 냄새가 났다.
혀로 햝고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냄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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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wud2007-02-16 05:00
담배연기에 실었던 영혼의 반만이라도 그녀에게 실어주었다면 그녀는 떠나지 않았을까요? 함께 있어도 외로워 보이는, 외로움을 다른 것에 달래려 하는 그 모습을 참을 수 없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