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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취하면 다리걸고싶다

캐서린2007-02-18 10:35조회 419추천 11
어제는 술에 취했다
만취한건 아니었지만 왠지 비틀거리고 싶고
꼬부랑말 쓰고 싶은 그런 어정쩡한 모습이었다

난 밤의 거리를 걸었다

구로역 앞은 늦은밤이 되면
인적은 드물어도 네온싸인은 어느때보다 찬란한
아이러니한 경광이 펼쳐진다, 그리고, 펼쳐진데다가,

술까지 취해서

한창 파티 중에 나를 빼고 모두 사라져버린 것은 아닌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으로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서 그들을 찾는것마냥 온곳을 휘젓고 다녔다

그러다가 앞에, 저쪽에서 남자가 뛰어온다,
나에게 급히 전할말이라도 있는지 인라인이라도 탄 느낌으로
내리막길인지 오르막길인지 모를 길을 휘황하게 달려왔다.

이봐 친구! 모두 저쪽에 있다!
이리 와 너도! 같이 놀자!
라는 말을 입끝에 달고,
기쁜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며 달린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는 내가 목적지가 아니었다
나를 지나치려는 느낌,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날 두고 또 어디로 가려고, 어디로 숨으려고  

나만 두고 가지마

어지러워서, 또는 괜시리 부아가 올라서,
나는 그가 나의 옆을 지나칠 때 슬쩍 다리를 걸었다
그가 넘어지려는 자신의 몸을 가까스로 추스렸다
그리고 나를 쳐다본다

이 녀석 뭐야? 하는 표정이다
그러자 뭉개져있던 현실이 펼쳐진 팝업북처럼
슬그머니 부풀어오르기 시작한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그, 미끄러져서요, 발이
안 다치셨죠? 다행이네..

조심하세요, 라는 표정으로 나를 위아래로 훑다가
그는 남은 목적지를 향해 다시 한번 뜀박질을 시작했다
나는 그 뒤를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근데 어디서 노세요, 저 좀 껴주세요

라고 말하려다가 그냥 바닥에 침만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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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Radiohead2007-02-18 10:58
다음엔 테잌다운 꼭 성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