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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쉬면서 하품하기

캐서린2007-02-20 08:07조회 450추천 3

인류라는 큰 단위로는 잘 모르겠고
그것보다 좀 작게, 더 작게 내 주위의 인간들만을 둘러보자면
그들은 하나같이 항상 무언가를 골똘하게 생각하고 걱정한다
그리고 그것이 금새 깨어질까봐 안달하고 전전긍긍하다가 막상 실패하면

"뭐,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이란 그럴듯한 말로 위장해 자신이 우려했던 결과를
아이러니하지만 굉장히 긍정적으로 마무리짓는다
자기최면을 거는것이다, 이럴 때 정말 인간은 위대하다

대학선배중에 공무원고시를 준비중인 25살의 어염집 여인분이 계시다
1년 넘게 잠수중으로 한창 친하게 지냈던 나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언이었다, 만나고 싶지만, 싶지만 나는, 나는

미래인이니까

학원을 가고 독서실을 가고 문제집을 사고 강사와
5,6급 공무원의 미래와 전망 또는 분석과 요약에 대해 토론을 한다,

그게 벌써 1년 반이 훨씬 지난 일이다. 난 아쉽고 아쉬워서
한동안 그녀와 연락이 닿기만을 갈구하다가, 하다가,
상병이 되던 달에 마음 굳게 먹고 그냥 없는 사람 취급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의 그 철벽같이 굳은 결심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타깝지 그지없다.
미니홈피는 공부라는 명목으로 문닫았고, 다시 열자니
남들 얼굴 보기 창피하고 하니까, 딴곳에 뚝딱 블로그를 만들어버렸다.

사진촬영하고, 블로그에 올리고 댓글달고 그러면서도

미래인이니까

이제 딴길로 빠지지말고 앞만 보고 달리자, 라는 식의 말을한다.
하고, 또 하고, 또 하다가, 다시 한다. 안쓰럽다.

나는 진정으로 그녀가 잘되길 바라고 있다,
일말의 이기심이나 지난날의 배신(연락두절)에 대한 고약함으로
그녀가 추락하길 바란다거나 하는건 절대로 아니다,

정말 순수하게 그녀의 성공을 빌고 또 그렇게만 된다면
그건 나 또한 기쁜 일이 될테니까 삼신할매는 아니더라도
그녀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우연히 본다거나 이름이라도 지나치면
'잘되야될텐데'라는 혼잣말을 남기는 것으로 기나긴 기도를 대신하는것이다.

그런 그녀가 내가 생각하는 여타의 부류들과 다름없이

뭐,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이라는 말로 고시불합격의 이유를 대충 얼버무리려한다면
나는 정말 실망해서 내 머릿속에 진짜 없는사람 취급해버릴지도 모른다,
설사 그녀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가 그런 말을 즐겨쓴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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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고운고은2007-02-22 14:38
그게 그렇군요.. 뭐.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