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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 아몬드

캐서린2007-03-11 06:57조회 552추천 12


군생활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걸 종종 일깨우는 경우는 달력이나 병장약장이 아니라 후임들의 뻐꾸기짓이다. 가만히 있으면 눈뜬사람 코베가듯 뒤통수에 대고 종알대는게 우리 분대 징글맞은 후임들이다. 코를 베어가는 말들은 대개 이런 것이다.



"이제 얼마 안남으셨는데말입니다."

"밖에 나가서 뭐 하실겁니까?"

"칼복학입니까?"

"몇일 남으셨습니까?"



나는 다만 낄낄 웃는다. 웃지만, 속으로는 아 벌써? 라고 자문하면서 자신의 뒤통수를 쓰다듬는다. 정말, 세월 한번 빠르다. 아 벌써? 할아버지가 된 기분이다. 정작 나는 아직 한창같지만 걔네들 눈엔 내가 마냥 부러운 모양이다.



낮에는 김훈의 '화장'이라는 단편을 읽으면서 겉멋만 가득찬 '나름대로의 교양'을 쌓고, 밤에는 스카이라이프로 tvNgels나 독고영재의 스캔들, 리얼스토리 묘 같은 온갖 알록달록하게 자극적인 영상들을 얼굴에 쏘인다. 낮에 애쓰며 쌓았던 '나름대로의 교양'은 한껏 흥분된 말초신경에 의해 한없이 흐트러진다. 이번주는 그랬다.



후임과 몸을 닦을때 그의 고환이 크다고 놀리거나 친누나나 사촌누나가 있으면 면회오라고 협박하며 작업할때면 토종한국인답게 '빨리빨리'를 연발하며 얼굴을 찌푸린다. 애인과 전화통화하는 후임에게 훼방을 놓거나 동기의 화장품을 뺏어쓰고 각잡아놓은 모포뭉치를 발로 밟아 구겨놓고 신병이 들어오면 여자친구소개시켜주지 않으면 고문관으로 만든다고 겁준다. 요즘에는 그런다.



그래서 나는 "이제 얼마 안남으셨는데말입니다."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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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차차2007-03-11 08:05
ㅋㅋㅋ
담요2007-03-11 16:54
모포말이 예약이지 말입니다.
muse2007-03-11 23:29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