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캐서린2007-04-28 10:19조회 663추천 17
나는 바보입니다, 라고 그가 말했다.
버스는 요철을 넘었다. 내부가 덜컹거리며 사람들을 들어올리다 내렸다.
남자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더니 다시 말을 잇는다.
"나는 바보, 바보천치이고 멍충이고 또라이에,
우유부단하며 패배자, 개자식입니다.."
좌석에서 목을 반쯤 젖힌채 졸고 있는 남자.
젊은 엄마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인상쓰다가 딸애의 얼굴로 눈을 댄다.
힙합음악의 여고생은 잔뜩 찡그리며 MP3의 볼륨을 올린다.
누구도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묵묵히 자신의 일에 열중했다. 모든게 귀찮았다.
뻔했다. 자기를 깎아내리다가 나중에 짠,하고
팔물건을 내놓는 수법은 탈것 안에서 숱하게 보아왔다.
몇몇 이들은 구입도 해보았을 것이다.
한번 쓰면 고장나는 허접스레기들.
남자는 눈을 질끈 감은채로 말없이 손잡이만 잡고 서있다.
무슨말인가 더 하려고 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또 자기 흉이다.
그는 결심했다는듯, 눈을 떴다.
그리고 상의 안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여,여러분 중 한명은 죽어주셔야되요.
그그그그래야 제제제 죄는 지워져요. 주주죽어주세요, 제발."
버스는 아까의 그 요철을 또 넘었다.
넘은것처럼 사람들은 덜컹했다. 눈이 커지고
볼륨이 줄여지고 딸애는 앵앵 울었다.
꺾여졌던 목은 세워지고 버스운전사는 폐달을 밟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남자는 칼을 들고 통로의 중간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창으로 드는 햇빛에 튕겨 칼은 별처럼 춤을 추었다.
비명없는 비명이 버스 안에 넘쳤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해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단지 정지해 있었다. 정지해서
모두 남자의 얼굴만 바라봤다. 그가 누굴 찌를까.
그가 또한번 큰 결심을 했다. 뒷쪽 좌석에 둥글게 쪼그려 앉아있는
아줌마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윽고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그녀 앞에 칼이 다가왔다. 남자는 말했다.
세월이 파낸 얼굴의 주름살이 복잡한 계곡과 산을 만들었다. 그는 웃고 있었다.
"자, 오늘 여러분께 소개해드릴 상품은 지금 여기 보고 계신 다용도 칼입니다.
어떠한 충격에도 날이 빠지지 않구요, 절대 녹이 슬지 않습니다.
시중에 15000원에 받고 있는건데 오늘 특별히 여러분께 3000원에 판매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글의 주인이신가요?
댓글 3개
악!!2007-04-28 12:51
싸네
onion2007-04-28 21:46
너무 거저주는데요?
1호선2007-05-05 15:47
ㅋㅋㅋㅋㅋ 졸 열심히 읽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