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어서오세요
다녀오세요 잘 갔다올게
다녀올게요 조심하세요
코가 커지고 귀가 작아지면서
나는 어느 옛날의 눈사람을 생각한다
눈사람도 코가 크고 귀가 작았다.
나는 귀를 크게 만들어주려고 코를 잘랐다.
코를 잘게 부셔서 귀에 붙여주었더니
코는 작아보이고 귀가 커보였다.
다녀왔습니다 어서오세요
같은 기분으로 나는 귀를 떼어버렸다.
나는 귀를 동그랗게 뭉쳤다.
그리고 지나가는 같은 반 친구에게 눈덩어릴 던졌다.
얼굴에 귀를 맞은 친구는 아픈 눈을 감싸쥐며
눈사람에게 다가왔다. 친구는 코를 떼어냈다.
코를 떼어낸 팔을 빙빙 휘두르더니
미처 피할 사이 없이 내 얼굴에 눈을 던졌다.
코는 내 귀에 맞았다.
다녀올게요 얼른 갔다오세요
같은 기분이 되어서 나는 나의 코와 눈사람의 귀와
친구의 눈과 눈사람의 코가 하나가 된듯 보였다
나는 누구의 코가 될 수 없고 누구의 귀도 될 수 없는데,
지금도 그걸 알고 있고, 그 때도 그걸 알고 있었지만,
왠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귀가 시뻘겋게 되고 얼얼했지만 나는 입을 헤 벌리며 멍청하게 웃었다.
그리고 나는 눈사람에게 '다녀올게'라고 말하고 학교운동장을 떠났다.
나의 코는 커지고 귀는 예전만하다.
눈사람이 보고 싶다. 눈사람의 귀에
나의 귀를 떼어 붙여주고 싶다. 그리고 그의 코를 떼어서
나의 코에 붙여놓고 싶다. 코가 아무리 커도 나는 눈사람이 좋다.
그에게 심장이라도 내놓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