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해, 라고, 내가 말을 끊었다.
"로봇이 아니고선 누구든 실수를 하기 마련이야, 나는 이해해 널"
관계는 말에서 시작된다. 말은 관계의 끈을 덥히거나 식히거나 끊는다.
나는 억지를 부렸다. 과장되게 상냥하게. 주체없이 배려하며.
말이란 것은 일부러 나쁜 마음을 먹지 않는 한 최대한 상대방의 편에 서야한다.
그녀와, 따뜻해질 수 있는 방법을, 오늘도 강구한다.
그녀의 퀸이 사는 길목에 나의 나이트를 슬며시 올려놓는다. 매일 그렇다.
"다음에도 기회는 있잖아, 기운 내란 말밖엔.
무슨 말을 해도 지금의 너에겐 똑같이 들리겠지.
그럴거야. 하지만 진심이야. 진심으로, 힘을 내줬으면 좋겠어."
너와의 대화는 일부러 져주는 체스와도 같다.
너의 행마에 맞춰서 나는 말을 놓는다.
"고마워"
그녀는 자신의 퀸을 들어올린다.
나이트가 있는 곳으로,
기사와 왕비가 그 변덕스럽고 질긴 갈등을 지나
서로 극적으로 화해하고 키스하는, 그런 유치한 이야기를 나는 상상하며
그녀의 손을 주시한다. 손은 부드럽고, 촉촉해보인다. 오늘따라 유난히 손톱이 밝다.
"고마워, 근데"
눈부시게 빛나는, 작고 달콤한,
그녀의 손톱은 양날의 칼이 되어,
칼이 되어 자기 스스로 퀸을 부순다.
기사는 퀸의 파편에 눈을 맞는다.
"날 혼자 내버려둬. 있고싶어 혼자"
기사의 눈은.
그래도 아직은, 이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