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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Dep2007-08-18 20:08조회 895추천 7
음, 마치 지하철에서 술취한 할아버지가
"내가 젊을 적에 월남전에서 베트콩들한테 싸이오닉 스톰을 뿌려서 15킬을 했는데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떠드는 것 같은 정말 팔불출 같은 글을 쓰려고 하지만,
너무 미워하진 말아주세요 호호홋^^
네이버 메인에 뜬 라디오헤드 소개 포스팅을 보니 그냥 갑자기 옛날 생각이 몰려와서;;

제가 영미권 대중음악(누가 나한테 어떤 장르 좋아하냐고 하면 전 이렇게 대답해요 음악을 잘 몰라서....)에 처음 손을 대게 된 것이 라디오헤드 때문인데, 그 때가 마침 56600bps 고속 모뎀이 장착된 컴퓨터를 갖게 되었을 때였어요. 덕분에 인터넷이란 것에서 라디오헤드 사이트들을 찾아다니다가, 엘림넷 어쩌고 하는 주소의 <우호의 라디오헤드>라는 곳을 발견하고는 거기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그 이후로 딴 데 안 가고 거기만 다니기 시작했었죠.

여기까지 글을 쓰다가 '이렇게 잘 잡힌 사이트에 그런 정도 히스토리도 기록 안 되어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화면 우상단의 히스토리를 눌러 보고 두 번째 시기의 페이지를 눌러본 후에 거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는....T_T

히스토리 란에도 쓰여 있었지만 정말 그때 디스코그래피 란이 정말 최강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언어의 한계상 뉴스 업데이트 같은 것 말고는 어떤 외국사이트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던 듯......당시에 있었던 분들 중 기억나는 사람이, (제가 알고 있는 바가 맞다면) 요즘 가끔씩 웨이브에 글 쓰시는 최세희씨가 loser라는 이름으로 활동하셨던 듯.....음 뭐 아니면 죄송하고요!! 아 어쨌든 게시판 수준이 되게 높아 보였다는 느낌이 들었다고요....(어쩌라고)

그 때가 중3 때였는데, 말 그대로 라디오헤드에 미쳐 있었어요.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었는데도 중간고사 기간에 거의 계속 밤 새면서 되도 않은 영어로 외국 사이트들까지 찾아 다니면서 수많은 오해들을 쏟아내고.....

아직도 기억나는 해프닝이, True Love Waits 가사가 혼전성교를 비판하는 내용이라는 영어로 된 아티클을 보고서 톰의 생각은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아마 그 후로 몇 년 안 되서 노아라는 녀석이 태어났죠?-_-; 톰 요크란 사람이 훼까닥 바뀌었거나 제가 확실히 잘못 해석했겠죠. 후자일 가능성이 99.7%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결국은 국내 사이트 중에선 여기, 외국 사이트 중에선 <그린플라스틱>에 정착했던 듯. 세상에, 그린플라스틱 역시 아직까지 위용을 뽐내고 있군요;; 어딘지 기억은 안 나지만, 외국 사이트에서 세계의 라디오헤드 관련 홈페이지를 소개하는데 이 곳 이름이 있는 걸 보고(비록 Wohoo's Radiohead라고 잘못 표기되긴 했었지만) 뭔가 자랑스럽기까지 했던 기억도 나고-_-;

당시에 저는 <......>라는 아이디로 활동했었는데, 정작 나중에 '육점군'이라고 알려진 분이랑은 다른 사람이에요^^; 그렇다고 그 분이 내 아이디를 도용했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도용할 이유나 근거도 전혀 없을 뿐더러 활동시기도 좀 다르거든요.

뭐 어쨌든, 그러저러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CD 10장도 안 갖고 있을 정도로 음악 하나도 안 들어본 놈이 천리안에 라디오헤드 팬클럽까지 덜컥 만들어버리게 되었는데 이 얘기도 너무 그립고 간절히 생각나지만 이 얘기를 하자면 너무 심하게 월남전 할아버지 모드로 빠질 것 같아서 패스;;

그러다가 이 곳이 RHKOREA.COM 시대를 개막하면서 내외적으로 엄청나게 도약하던 시기부터 오히려 저는 여기와 멀어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우선 첫 페이지가 흰 바탕이 되면서 저의 어두운 내면이 적응을 못 했던 것도 있었고,
사실 해상도 문제도 좀 있었고(required resolution : 1024x768 이란 메시지가 어찌나 가슴에 꽂히던지),
방문자가 많아지면서 딱히 분위기가 흐려진 것도 아닌데 괜히 삐딱한 마음에 가기 싫어졌던 것도 있고,
이 곳보다는 천리안 쪽에 더 신경을 쓴 것도 있고.......
(보면 아시겠지만 첫째, 둘째, 셋째, 넷째 순으로 타당한 이유입니다)

결정적인 것은, 돌 맞을 만한 얘기겠지만, 라디오헤드로부터 배신을 당한 후 라디오헤드에 대한 열정이 식어 버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두둥)

(여기서부터는 낮은 수준이나마 음악 얘기도 좀 나오니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시작하죠 흠흠)




Kid A라는 놈과 이후의 후속작들이 기존의 팬들뿐만 아니라 세계를 놀라게 했었는데, 사실, 저로선 너무나도 심한 배신이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제가 미친 듯이 라디오헤드 정보를 찾아볼 때가 99년, 희대의 명작 OKC의 차기작이 도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세상에 나올지를 저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축구팬들이 기대하고 있을 때였습죠.

당시에 라디오헤드는 비공식적으로 엄청나게 기대되는 신곡을 여럿 쏟아냈습니다. <Manowar/Big Boots>와 <[Don't Get Any Big Idea/Nude>라는 최강 투톱을 필두로 Let Down의 두 번째 버전이라는 평을 이끌어 냈던 <Lift>, 나중에 Pyramid Song으로 발표되는 <Nothing To Fear>, 모 사이트로부터 R.E.M처럼 감미롭다고 소개되기도 한 <I Promise>, <True Love Waits>, <How To Disappear Completely And Never Be Found Again>(제목이 짤린 채로 Kid A에 실렸죠), <Motion Picture Soundtrack> 등등의 주옥같은 명곡들이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유출(?)되었답니다.

당시는 인류 3대 발명품 중 하나라는 냅스터로 인해 mp3가 전 세계 리스너들의 욕구를 한창 만족시켜주기 시작할 때였는데, 라디오헤드는 각종 투어는 물론이고 기타 여러 방식들, 이를테면 Knives Out은 당시로서는 엄청나게 혁신적 방식이었던 웹캐스트로 미리 들려주기도 하는 등(뭐 요즘이라고 다른 아티스트들이 실시간 웹캐스트로 신곡을 들려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네 번째 풀 렝쓰 앨범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완전히 똥줄타게 만들어 주고 있었습니다. "기대 되지? 기대 되지? 앨범 내 줄까 말까? 올해 내줄까 내년에 내 줄까?" 라고 약을 올리면서요.....흑흑. OKC 투어를 다룬 다큐멘터리인 Meeting People Is Easy에는 위에 언급한 노래 외에 나중에 Amnesiac에 실리는 Life In A Glass House가 아주 조금 맛배기로 삽입되기도 하고요...물론 앨범에 실린 것처럼 브라스 세션을 듬뿍 뿌린 맛깔나는 노래는 아니었지만....

여담이지만, 당시에 네 번째 앨범이 늦어지면서 라디오헤드 해체설까지 나돌았었고(아예 근거 없는 소문은 아니었던 듯) 호랑이 없는 곳이 늑대가 왕이라고 그 공백을 메웠던 밴드들이 바로 Travis와 Muse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두 밴드 모두 호랑이(특히 매튜사마의 포스는 그냥 호랑이가 아니라 완전 킬리만자로의 맹호 아니겠습니까!!)급이긴 하지만 당시에 무던히도 라디오헤드 아류 논쟁을 불러일으키곤 했었죠. 뭐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제 생각은, 두 밴드가 당시에 라디오헤드의 대체재로 기능한 바가 없지는 않지만 아류라고 보기에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확실하다는 입장입니다.

원래 얘기로 돌아오자면, OKC의 후속작에 대한 엄청난 기대와 걱정에 부풀어 있는 상태에서 또 이상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라디오헤드가 4집에서는 전자음악을 도입할 것이다, 아이돌 가수처럼 다섯 명의 멤버가 차례로 노래를 부르는 트랙도 있을 것이다(정말 이런 소문 있었습니다!!), 기타가 배제된 빠른 비트의 음악이 들어갈 것이다 등등......소문은 제각기 달랐지만 결국 요지는 그동안 알려졌던 신곡들은 새 앨범에서 배제된다는 것이었지요. "Lift도 빠지는 것 아니야?"라고 걱정하던 어떤 분의 절규가 아직까지도 생생해요.

결국 KID A가 태어났을 때 저는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당연히 새 앨범에 들어가줄 거라고 생각했던 트랙들 중에 살아남은(?) 것은 HTD와 MPS 뿐이었으니까요(일일히 치기 힘들어서 그러니 뭐 약잔지 대충 알아들으시길!!). 그것도 둘 다 본래 갖고 있던 매력을 빼앗긴 상태였습니다. HTD는 원래 톰의 허밍과 피아노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껏 잡으면서 7분을 넘기면서도 전혀 지루하지 않은 대곡이었는데 나이젤 이 급살맞을 새끼가 5분대로 잘라 버리면서 전자음을 처발라 넣었고, MPS는 톰이 기타 한 대 들고서(목소리로만 부른 버전도 있다고 함) 정말로 '외롭다'는 느낌이 절절하게 들도록 부르는 노래였는데 완전 분위기 바뀌고 원래 2절까지 있던 가사도 잘리고......

이후 몇몇 노래들은 나중에 그나마 발표라도 됐지만, Nude와 Big Boots는 아직도 너무 아깝습니다. 특히 Nude에서 조니가 하몬드 오르간(맞나요?)을 애절하게 연주하는 부분은 어찌나 좌심방 한 구석을 후벼파는지.....T_T Big Boots의 비장미도 정말 한 가닥 하고요. 오르간 얘기 나오니 또 생각나는데, True Love Waits도 라이브 앨범에 실린 것보다 훨씬 분위기 있는 노래였습니다. 제가 음악을 잘 몰라서 건반악기에 아르페지오라는 용어를 써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마도 조니가) 오르간을 아르페지오로 치면서 마지막에 띵띵띵~ 하고 마무리하는 뭐 어쨌든 그런 노래였는데(전혀 표현이 안 되잖아!!-_-;), 라이브 앨범에서는 국물 맛이 영 안 살더군요.

물론 KId A의 매력이나 의미를 부정하고 싶진 아니지만, 검은 소가 나올 줄 알았는데 흰 소가 나와 버렸으니 어미소에게 강력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겠어요!!(뭐 두 소 모두 일은 잘하니 다행입니다만).

그래서 저는, Kid A는 물론이고 Amnesiac이나 Hail To The Thief가 나온 이후에도 99년도에 모아 놓은 미발표곡(또는 early version)들을 모아 놓은 mp3 플레이리스트를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 하릴없이 틀어 놓고, 빨리 라디오헤드가 해체돼서 미발표 음원들을 쏟아냈으면 좋겠다는 불온망측한 상상마저 하곤 했어요. 제가 제일 처음 한 상상은 아니고, 정말로 그런 표현을 쓴 분이 있었음;;

그나마 다행인 것은, [work in progress 2000]이라는 부틀렉에서 제가 지금까지 언급한 노래들을 대부분 모아 놨더군요. 제가 가진 음원들을 정확히 그대로 쓰고 있어서 향뮤직에서 냉큼 사버린 다음 mp3는 지웠는데...뭐 그나마 다행이죠. 원래 라이브 앨범이나 특히 부틀렉은 잘 안 사는데, 이 부틀렉은 정말 음악적 가치는 물론이고 소장가치 만빵일 듯.

뭐 어쨌든 솔직히 말하자면 Kid A 이후로는 라디오헤드가 저의 only one일지언정 best one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work in progress 2000] 부틀렉에 실린 노래들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더 반경향이 컸던 듯.




음, 예상한 바이긴 하지만 월남전 얘기를 너무 많이 했네요;; 그냥, 오늘따라 옛날 생각이 주룩주룩 들어서 한번 뱉어내 봤어요. 애초의 의도대로 읽는 사람보다는 쓰는 사람을 위한 글인 듯......지금은 여기서 저를 아는 사람이 아마 철천야차 형밖에 없을 텐데, 정작 저는 언제 이 사람이랑 같이 여기서 활동했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_-; 오히려 제가 활동 안 하기 시작한 이후로 연락 주고받고 만나면서 친해진 기억밖에 없어요;;

그냥, 10년 전에(정확히는 7년 전인가;;) 가출했던 녀석이 옛날에 잠깐 살던 이층집에 가 보니 타워팰리스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옛날 생각이 나서 문 앞에 낙서하고 갔다고 생각하시면 너무 밉진 않으실 듯^^; 기억나는 내용이 있으신 분은 "맞아 옛날에 저랬었지 허허허" 하면서 옛날 생각에 잠깐 젖으면 그것도 좋을 테고요.

에휴, 글 쓰면서 진상 부린다고 생각하기는 오랜만인데, 당연히 없어져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디가 안 없어져 있어서 오히려 뭔가 송구스럽기도 하네요;;

어쨌든 다들 하시는 일 번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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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녀찬2007-08-18 23:25
흐흐 이글 굉장히 재밌어요 ㅋ
노니2007-08-19 01:04
집중해서읽어버렸음
철천야차2007-08-19 05:04
dep/ 근데 머리는 잘랐나? 흐미... 궁금하네=_=
딱 군대가는 사람이 쓰는 글이구만. ㅎㅎㅎㅎ
양파링2007-08-19 08:49
아레치를 안지는 얼마정도 밖에 안되었지만..
저두 7년정도 지나면 제 닉네임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이 글을 읽으면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
Dep2007-08-19 10:27
야차/ 머리야 뭐 2년쯤 전부터 짧은 상태지 뭐....근데 26일이긴 26일인데 11월 26일이라서 사실 많이 남긴 했삼-_-; 어쨌든 빨리 봅시다!!
★★★★☆2007-08-19 19:02
ㅋㅋㅋ 이글 정말 재미있어요 ㅋㅋㅋ
우호2007-08-20 00:58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
Radiohead2007-08-20 02:28
한가지에 너무 집착하면 다른 이면은 잘 보이지 않는 법이죠~ 미발표곡들을 너무 사랑하셨군요~~ kid a는 정말 좋은 앨범같은데 흐흐
뭇담2007-08-20 13:12
저도 키드에이 첨 듣고 "헉 톰아..................ㅠㅠ"그랫져 ㄲㄲㄲ
근데 듣다보니 정말 정감가더근여...지금은제일좋아하는곡이 이디오덕후에요ㅋㅋ
닉이라는이름은없다2007-08-20 16:53
재밌어요;;
나도 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