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캐서린2007-08-19 16:30조회 409
이사는 힘들다.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몇 분 넘게 휴대폰이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건 내가 집에 도착해서
PC의 전원을 올리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없이 그걸 들이켜고나서였다.
입가로 흘러내리는 물방울의 꼬리를 마저 잡을 사이도 없이 나는 전화를 집어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군데군데 점점이 슬픔이 묻어 있었다.
"나, 곧 이사 가. 다음주에"
짧은 문장이었지만 나는 그녀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요꼬의 가슴 안에 들어있는 소우주가 내 귓속을 흔들었다.
흔들림은 달팽이관을 통해 머릿속으로 전달되었다.
"내 나이 이제 삼십인데, 자립할 기회야."
나는 잠잠하게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말이 아니라, 목소리.
식어버린 자판기커피 같은 허무함이 달라붙는 목소리였다.
나는 쇼파로 가서 앉았다. 커피는 쓰다.
가만히 있다가 물었다.
"이사갈 곳은 어때?"
"좋은 곳이야. 주변이 조용해서."
"시골?"
"아니, 부모님 집 근처. 아파트."
"위험하지 않겠어?"
애써 말을 꺼냈지만 후회스럽다. 상투적인 말투란게 그렇다.
서로 부딪히는 생각은 공중으로 떠서 분수처럼 흩어진다.
분숫물이 얼굴로 와 닿는다. 아니, 괜찮아, 그녀가 말했다.
"근데 아파트가 좀 낡아서.. 30년 됐다고 해"
"그거, 무너지겠다."
"농담도 참."
전화는 길었다.
짧은 대화의 모자이크가 결국 실패작으로 처리되어
드문드문 우리의 전화선에 배치되고 있었다.
방향은 사선을 긋기 시작했다. 일직선이 아니라, 사선.
결국에는 목표보다 먼 거리를 다시 걸어와야했다.
그 만큼 우리 사인 뭔가가 뒤틀리고 꼬여버린 것이다.
내 마음 속에 그녀는 이사를 간다.
나의 심장과 콩팥과 눈과 혀를 가지고,
30년의 세월 속으로 유유히 걷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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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2007-08-19 18:57
아.